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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꽁꽁 얼어붙은 中벤처투자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5 17:36

수정 2019.01.25 17:36

[월드리포트] 꽁꽁 얼어붙은 中벤처투자

중국 베이징에서 투자중개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최근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 내 중견 벤처캐피털(VC)이 주도해 만든 투자기금이 A 대표에게 한국내 유망 스타트업 소개를 부탁했다. 남아도는 투자금을 집행하기 위해 한국 유망기업으로 투자풀을 넓힌 것. 투자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도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이에 A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들을 물색해 투자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최근 투자기금의 태도가 보수적으로 바뀐 분위기를 감지했다. 추천하는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상담을 실시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깐깐한 투자요건을 새로 제시하는 등 투자금액과 범위를 좁힌 것이다. 투자유치를 기대했던 모 스타트업도 상담기회를 놓쳐 급히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 할 형편이다.


중국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을 추진 중인 스타트업 B 대표 역시 투자유치 타이밍을 놓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을 이미 확보한 데다 시장전망도 밝아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중국 VC들이 줄을 섰다. 그러나 B 대표는 좀 더 탄탄한 사업준비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심산으로 투자유치를 지연해오다 지난해 하반기 말부터 공장 신설을 위한 투자유치에 나섰다. 그런데 6개월 전까지만 해도 투자하겠다던 VC들이 모두 B 대표에게 등을 돌렸다.

중국 VC 관계자가 투자철회를 나선 배경을 사석에서 알려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여파에 따른 미래 불확실성이다. 경기가 달아오를 때는 어느 정도 기술력과 시장성을 갖춘 창업기업에 투자해도 성공확률이 높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실탄이 예전처럼 넉넉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VC들이 투자했던 스타트업들이 상당수 경영에 실패하거나 성과에 진척이 없어 투자금이 묶였다. 기존 투자금들을 날리거나 최소한의 자금회수도 여의치 않아 신규 투자여력마저 꽉 막힌 상황이라는 것이다.

VC의 자금집행이 녹록지 않다는 점은 투자수치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4·4분기 중국 기술기업이 VC에서 자금을 조달받은 건수는 713건에 그쳐 전년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금조달 규모도 12% 줄었다.

전반적으로 중국 벤처투자 시장 상황이 악화되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대표적인 게 경영난에 따른 취업한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최대 구인사이트 중 하나인 '자오핀왕'에 올라온 지난해 4·4분기 인터넷·전자상거래 분야 채용공고는 전년동기 대비 15% 줄었다.

경영난에 빠진 벤처기업들이 기존 직원을 내보내고 신규 채용은 아예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중국 벤처업계의 '좋은 시절'이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와 민간에서 쏟아부었던 투자자금 때문에 중국 벤처기업들의 거품이 심각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최근 투자감소와 벤처경영난은 오히려 기존의 거품을 빼는 과도기로 바라보는 게 맞다고 한다.
일각에선 보수적 투자기준을 잣대 삼아 투자대상 기업을 선별하는 지금이야말로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어쨌거나 현재 중국 내 벤처경영난은 중국 VC들의 보수적 투자운용을 시사한다는 점이다.
중국 내 VC들의 투자금이 넘쳐난다며 현지 진출을 노크하며 경영전략을 짜온 해외 스타트업도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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