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윤중로] ‘SKY캐슬’식 인재관리의 위험성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7 17:32

수정 2019.01.27 17:32

[윤중로] ‘SKY캐슬’식 인재관리의 위험성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치열한 경쟁사회에 대한 서글픔과 씁쓸함이 시청자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명문대만을 보내기 위해 도를 넘는 인재 관리를 하는 가정들을 그리고 있다. 자녀의 관심사나 특별한 재주를 발굴하기보다 오로지 명문대에만 줄을 세우고 있다. 명문대만을 위해 적성에 맞지 않는 과를 선택했다가 중도하차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는 것은 관심 밖이다.

일반 가정의 인재관리가 이 정도인데 정글 같은 직장에선 어떨까. 외환위기 이후 상시구조조정이 일상화된 한국의 직장생활에서 인적 배려와 관심을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특히 인사철마다 경영진은 특색과 능력이 다른 직원들을 어떻게 재배치할까를 두고서 큰 고민을 하게 된다.


인사 대상자에 대한 충분한 대화와 면밀한 파악도 쉽지 않다. 그러다보면 인사 대상자에게 맞지 않는 곳에 인사 배치가 이뤄지고 그런 인사에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심지어 마음에 들지 않은 부서에 배치된 인사 대상자들은 낙심하게 된다. 원망을 듣는 인사권자들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생활에서 최선을 다해도 마음대로 안되면 인사를 탓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충분한 대화와 소통 그리고 인사권자의 직원들에 대한 면밀한 관찰시간 부족이 요인이다. 그래서 학적기록이나 짧은 경력만으로 인사를 단행하는 것이 다반사다.

다재다능한 만능의 인재라면 어느 부서를 가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전문성을 살리는 분야라면 다소 편협된 인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이들 경우가 모두 아니라면 인사 대상자의 특성과 재능을 발휘할 통로를 열어주도록 해야 한다.

기업 생산성에서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인재 관리부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기업이 여건상 인사를 총무팀에서 함께 관리하거나 경영진의 결정에만 의존하기도 한다.

다시 자녀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직장인과 가정에서 자녀 능력개발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자녀교육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격이 순한 아이들은 키우기가 쉽지만, 스트레스를 쌓아두었다가 한꺼번에 쏟아낼 수 있어 더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또 자주 울고 보채는 아이들은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잘 표현하는 성격으로, 향후 성장해 조직생활에 더 빨리 적응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느린 아이들은 남이 두드리고 지나간 다리를 보고서 건너기 때문에 실수를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비슷한 경우가 많다. 양같이 순하고 기복 없이 일하는 직원들은 평소 큰 문제가 없지만 쌓였던 스트레스를 한번 뿜어내면 돌이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급격한 변화에 적응을 못하면 업무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반면 야생마 같은 직원은 다루기가 쉽지 않지만 선배나 경영자들이 잘 이끌면 큰일을 해내기도 한다.
빠른 결정과 순발력이 필요한 부서에 적합한 사람이다. 거북이처럼 다소 느리지만 성실한 직원은 일의 처리속도가 늦어도 리스크가 큰 신규 사업분야에서 엄청난 손실을 막을 수 있는 보석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혁신성장하는 기업과 평범한 회사의 차이는 숨겨진 직원들의 달란트가 제대로 인정받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생활경제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