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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중국,한국 반도체 따라잡기 가능할까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31 11:49

수정 2019.01.31 11:49

기술·시장 1년 격차는 엄청난 차이 "상당기간 추격 불가능"
국내업계 "중국발 위기보다 글로벌 수요 감소가 더 걱정"
설비 투자, 기술자 영입, 중국정부 지원등 모니터링 필요

중국이 '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굴기를 선언한 가운데 중국의 '한국 반도체 따라잡기'가 가능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시기상조'다. 중국이 한국 반도체를 위협한다는 우려는 이미 1~2년전부터 나왔다. 향후 2~3년내 중국산 반도체가 쏟아져 한국을 위협할 것으로 내다본 국내외 리포트들이 수십편이나 있을 정도다. 반면에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倔起, 몸을 일으킴)' 정책에 따라 시설 투자에 나선 중국업계의 최근 동향은 중국발 위기라기보다는 반도체 수요 감소를 더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도 기업간 인수합병(M&A)은 지난 해까지 3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수요 둔화라는 글로벌 공통의 악재에 미·중 무역갈등이라는 중국만의 특수한 상황까지 겹쳐 올해 반도체시장 성장률이 최근 5년 내 최저 수준이란 전망가지 제기됐다.상대적으로 위기에 강한 한국 반도체기업들을 중국 업체가 손쉽게 추월하긴 어려운 시장환경인 셈이다.

"최소한 1년이상 격차, 추월 쉽지않아"
31일 글로벌 반도체 업계와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우 중국은 아직 제품을 출시조차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규모 집적회로(LSI) 기술수준이 어느 수준 이상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구체적인 평가를 내놓을 자료는 없다고 말한다. 아무리 중국의 기술수준을 후하게 쳐줘도 한국과는 최소한 1년 정도의 격차는 벌어져 있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정설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1년의 격차는 엄청난 차이를 의미한다.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10년 정도를 주기로 한 업황 사이클이 있으며 또 대규모, 거액의 설비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후발업체들이 단시일 안에 국내 업체들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들은 "후발주자가 1년동안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는 동안 선발주자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달아나기 때문에 추후 2~3년 이상 추가적으로 벌어지는게 현실"이라며 "아직은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을 역령을 태부족이며, 상대적으로 저가의 수준 낮은 저사양 제품이 시장에 흘러들어 올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업체들과 아직 직접적인 경쟁은 어렵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중국 '반도체 굴기'의 대표 국영 기업인 푸젠진화가 미국 정부 제재에 따른 부품 부족으로 3월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푸젠진화는 지난해 말 미국 정부 제재 이후 반도체 제조 과정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 부족해져 수준 내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푸젠진화 메모리 반도체가 미국 군사용 반도체 칩 공급업체 생존에 위협이라고 판단, 자국 기업 부품·장비 수출과 기술이전을 금지했다. 이어 11월 미국 법무부가 대만 반도체업체 UMC를 통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지식재산권을 훔치려 한 혐의로 푸젠진화를 기소했다.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운신 폭이 상당히 좁다. D램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라는 3대 강자가 글로벌 시장의 약 95%를 장악하고 있다. 외신들은 "미·중 무역 마찰의 장기화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 역시 상당기간 진전을 보는 건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혹독한 구조조정 경험은 한국 반도체의 힘
그러나 중국의 반도체 추격에 대해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다.반도체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산업을 키우겠다는 중국 정부의 기술 굴기 의지가 워낙 확고한 상태에서, 향후에도 5G·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관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언제든 중국이 급성장하는 계기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기계 전문 매체 MM인터내셔널은 최근 보도에서 "2017년부터 2020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62곳의 새로운 반도체 생산라인이 추가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중 중국 본토에 위치한 생산라인이 26곳(42%)"이라면서 "지금은 중국 반도체 산업이 초기 개발 수준이지만, 최대 규모의 반도체 시장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을 역전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세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점유율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국내에서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9년 국내 10대 트렌드' 보고서에서 "첨단 분야에서도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을 역전할 것"이라며 한국 경제 성장을 위한 토대 마련을 올해 주목해야 할 현상 중 하나로 소개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첨단 제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인 만큼, 한국 기술력이 계속 중국보다 우위일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보고서는 혁신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며 "더 이상의 경기 저점 논란을 지양하고 투자 부진과 성장세 둔화를 막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국이 생산물량을 확대해 시장 수급을 교란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우리 기업들도 중국 업체들의 웨이퍼 투입 기준 설비 투자(CAPEX) 집행과 기술자 영입 추이, 중국 정부의 지원 방향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대비해야 한다.
세계 1·2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혹독한 구조조정을 견디면서 생존한 저력은 한국 반도체가 가진 큰 내공이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산업·경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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