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글로벌 건설산업 ‘4차산업혁명 바람’


오랫동안 건설산업은 뒤처진 산업이었다. 기술발전도 더뎠고, 생산성도 취약했다. 그러던 글로벌 건설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더불어 크게 바뀌고 있다. 글로벌 건설산업은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개별 프로젝트의 기획, 설계 및 엔지니어링, 시공, 유지관리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건설사업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공급하는 스타트업들이 대거 등장했다. 스타트업 중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건설생산과정의 수직적 통합으로 창업 2년 만에 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성장한 유니콘 기업도 있다. 산업 차원에서 디지털 기술을 대거 활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나라도 많다. 일본은 2025년까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건설현장의 생산성을 20% 높이겠다고 한다. 영국은 2025년까지 스마트 건설과 디지털 설계 등을 활용해 공사기간 50% 단축, 건설사업비 35% 절감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현장시공을 대신해 공장 제작 및 조립방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큰 변화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0년부터 해마다 건설생산성을 2∼3%씩 높이겠다는 목표를 실천해 오고 있는데, 핵심적인 수단이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이다. 미국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16년에는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을 활용한다는 응답자들이 3배나 늘었다. 공사기간 단축, 공사비 절감, 품질 향상, 안전 제고, 현장 투입인력 축소, 재작업 감소, 설계변경 축소 등과 같은 수많은 장점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의 숙련공 부족, 고령화, 인건비 상승 및 강경한 노조 등도 현장 시공을 대신해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의 세계적 확산을 초래하고 있는 요인이다. 건설사업 참여자들의 일하는 방식도 협력적으로 바뀌고 있다. 설계자와 시공자, 원도급자와 하도급자가 자기이익 극대화를 위해 투쟁하기보다는 하나의 프로젝트 팀으로 협력해서 일하는 통합적 발주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참여자들 간의 협력은 건설정보모델링(BIM) 같은 디지털 기술 기반의 공통 플랫폼으로 더욱 촉진되고 있다. 이제는 기획-설계-시공-유지관리가 제각각 다른 주체가 수행하는 별개의 업무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통합적으로 관리된다.

건설상품도 스마트 상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스마트 도로, 스마트 철도, 스마트 항만과 같이 건설상품마다 '스마트'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고 붙어 있다. 수많은 센서가 건설상품에 부착되면서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실시간으로 점검이 가능해지면서 유지관리 업무도 과거와 확연하게 달라졌다. 이처럼 도시를 구성하는 모든 건설상품이 스마트화되고 연결되면서 통합적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스마트 도시다.

글로벌 건설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와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 건설산업의 현실은 여전히 실망스럽다. '분업과 전문화'라는 산업화시대의 패러다임에 기초한 '갈라파고스 규제'가 낡은 건설산업의 구조를 견고하게 떠받치고 있다.
기득권 집단의 저항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연결과 통합'이라는 새로운 건설산업의 패러다임은 아직 우리 제도나 문화에 스며들지 못했다. 이제는 우리 건설산업도 '미래'와 '글로벌'을 수용해야 할 때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