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소리 없는 ODA, 행정한류로 국격 높여야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30 17:53

수정 2019.01.30 17:53

[특별기고] 소리 없는 ODA, 행정한류로 국격 높여야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해가 밝았다. 돼지하면 풍요로움과 넉넉함이 자연스레 연상되는 만큼 올 한해 지구촌 곳곳에 따뜻한 온정이 전달되기를 바란다. 지난 15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올해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작년보다 5% 높게 잡고, 그 중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 이행을 위한 인도주의 예산도 전년보다 40억 넘게 증액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국제사회 원조를 받던 우리나라가 글로벌 무대에서 ODA 관련 주요 의제를 주도해가는 나라로 도약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방탄소년단의 유엔연설이나 베트남의 국민영웅으로 추대되고 있는 박항서 감독의 사례를 보더라도 문화, 스포츠 분야에서 불어온 한류는 뜨겁게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 열기는 한국의 우수한 행정 서비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그 노하우를 전수받고자 하는 이른바 '행정한류'로 거듭나고 있다.
막대한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개도국을 지원하는 ODA 사업이 하드파워라 한다면 지식과 경험,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행정한류는 우리의 소프트파워를 보여주는 소중한 자산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러한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해 UN이나 IDB와 같은 국제기구와 협력을 통해 회원국들의 공공행정 역량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UN, OECD 등 기관의 평가를 통해 증명된 세계 최고수준의 전자정부 시스템을 지구촌 각국과 공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체코, 세르비아 등에 범부처 공공행정협력단을 파견하고, 중남미, BSEC(루마니아·그리스)에 전자정부협력사절단을 파견해 우리의 전자문서 관리와 온라인 민원서비스 추진 사례를 나누었다.

한국의 선진행정 시스템에 관심을 보이는 개도국의 요청도 다양하다. 동남아 8개국 정부는 오는 3월 인도네시아에서 개최 예정인 한-동남아 행정개혁 심포지엄을 통해 우리 정부의 혁신 노하우를 전수받고자 한다. 또 중남미 33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는 중남미 전자정부 네트워크(Red Gealc)는 역외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을 매년 초청해 우리의 발전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이러한 협력사업은 ODA와 같은 재정적인 지원은 아니지만 그 중요성과 효과로 볼 때 개도국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대개 국제교류 사업은 단기간에 큰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즈베키스탄의 사례를 보면 우리 공공행정협력단 파견을 계기로 정부데이터센터 설립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고, 형사사법과 우편물류 현대화 등 여러 분야에서 행정혁신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이렇듯 행정한류의 확산은 우리의 국격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향후 수출로 이어져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작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 국민소득 3만 달러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개도국 원조에 있어서도 양적팽창 뿐 아니라 질적향상을 도모해야 하는 이유이다. 한국이 단기간에 이루어낸 경제발전 경험과 우수한 행정사례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모델이다.
이제는 우리 국격에 맞는 우리만의 협력사업 모델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혜택을 지구촌과 함께 나눠야 할 때이다.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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