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설 준비해야 하는데"…전통시장은 아직도 '비닐봉투 천국'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31 13:36

수정 2019.01.31 16:53

1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한 상인이 생선을 이중, 삼중으로 비닐봉투에 담고 있다. /사진=오은선기자
1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한 상인이 생선을 이중, 삼중으로 비닐봉투에 담고 있다. /사진=오은선기자

1월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도 콩나물과 야채 등을 두세번씩 비닐봉투에 포장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진=오은선기자
1월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도 콩나물과 야채 등을 두세번씩 비닐봉투에 포장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진=오은선기자

"비닐봉투 안쓰면 뭘로 담아요?"
1월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생선을 고르던 주부 이모씨(45)는 "시장에서 장을 볼 때 주로 비닐봉투를 이용하시냐"는 질문에 되레 반문했다. 이씨는 "집에 있는 시장바구니는 나올때 자꾸 까먹게 되고, 갑자기 장을 보게 될 때도 있어 자주 안 들고 다닌다"며 "대형마트처럼 비닐봉투 말고 들고갈게 있으면 좋을텐데"라고 말했다.
이날 설 준비로 분주한 시민들의 양손엔 까만 비닐봉투들이 한 가득 들려있었다.

같은 날 마포구 망원시장도 미리 설을 준비하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지만 시장바구니를 든 손님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망원시장은 '비닐봉투 없는 시장'을 목표로, 지난해 9월부터 시민들에게 에코백을 기증받아 빌려주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에코백을 빌려주는 공간인 '카페M' 아르바이트생은 "(에코백을)빌려가는 손님들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비닐봉투, 너무 많긴 많죠"
1월 31일 환경부에 따르면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기 위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올해 1월 1일부터 전국 165㎡ 이상의 대규모 점포에서는 일회용 비닐봉투 판매·무상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시장 내 소규모 가게를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점포는 해당되지 않아 대상 점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망원시장에서 장을 본 시민들의 손에는 일회용 비닐봉투가 한가득 들려있다. /사진=오은선기자
망원시장에서 장을 본 시민들의 손에는 일회용 비닐봉투가 한가득 들려있다. /사진=오은선기자

대부분의 전통시장 상인들은 '비닐봉투 사용이 과다하다'는 인식에는 동의하고 있었다. 영천시장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최모씨(59)는 "나이 많은 분들은 대부분 시장 캐리어를 끌고 와 겉비닐만이라도 절약할 수 있는데, 젊은 사람들은 (시장바구니 가져오는걸)거의 못 봤다"며 "비닐봉투를 없애야 하는건 맞지만 딱히 대안이 없다"고 했다. 최씨는 "이제 설 준비하러 사람들이 더 많이 올텐데…"라며 비닐봉투를 만지작거렸다.

같은 골목에서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이모씨(63)는 아예 시장바구니를 가게에 보관하고 있다. 이씨는 "단골들이 바구니 없이 와서 사 갈때는 들고 다니라고 나눠주기도 하는데 다시 가지고 오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영천시장에서도 자체적으로 시장바구니를 만들어 나눠주는 이벤트도 하지만 들고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영천시장에서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이모씨(63)가 단골들에게 나눠준다는 시장바구니. 영천시장에서 자체 제작했다. 이씨는 "손님들이 근처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한 두개 산 다음 우리집에 와서 비닐봉투를 달라고 한다. 그때마다 '가지고 다니라'고 시장바구니를 종종 나눠준다"고 말했다. /사진=오은선기자
영천시장에서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이모씨(63)가 단골들에게 나눠준다는 시장바구니. 영천시장에서 자체 제작했다. 이씨는 "손님들이 근처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한 두개 산 다음 우리집에 와서 비닐봉투를 달라고 한다. 그때마다 '가지고 다니라'고 시장바구니를 종종 나눠준다"고 말했다. /사진=오은선기자

망원시장을 포함해 전통시장 자체적으로 비닐봉투 없애기 캠페인을 벌이는 곳도 있지만 상인들은 활성화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망원시장에서 에코백을 대여해주는 D청과 사장 김모씨(58)는 "기증받은 에코백이 많이 남아 최근엔 보증금도 없앴지만 빌려가는 손님은 별로 없다"며 "자체 홍보로는 많이 부족하고, 정책적인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규제 뒷받침 돼야 사용 줄어들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환경부도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금지 대상 점포를 점차 늘려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통시장은 워낙 영세한 곳이 많다보니 비닐봉투 금지를 갑자기 강제해 버리면 과도한 규제로 느껴질 수 있다"며 "올해 상반기 안에 일회용품에 관한 로드맵을 발표해 점차적으로 규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정책적 홍보와 규제가 뒷받침 돼야 실질적으로 비닐봉투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은 "대형마트는 상자나 장바구니 대여 등 비닐봉투를 대체할 만한 수단이 시스템적으로 이뤄지는 반면 전통시장은 대체품을 구하가 어려워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것은 맞다"며 "캠페인도 더 많은 가게들이 참여할수록 홍보 효과가 높기 때문에 상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산물 등 어쩔 수 없이 비닐을 사용해야하는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한 규제가 시작된다면 점차 시민들도 적응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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