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두바이 에미레이트와 두바이 제국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31 17:14

수정 2019.01.31 17:14

[특별기고] 두바이 에미레이트와 두바이 제국

두바이는 '중동의 허브'로 알려져 있다. 많은 분들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부르즈 칼리파, 에어버스 380을 세계 최다 보유하고 세계 최장거리 논스톱 노선들을 운영하는 에미레이트 항공사, 세계 도처 약 80개 항구를 운영하는 DP월드, 그리고 제벨알리 프리존을 기억한다. 그러나 정작 더 중요한 것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먼저, 두바이는 중동의 허브일 뿐만 아니라 '대륙들의 허브'이다. 두바이는 동아시아와 유럽의 중간에 위치하고, 연간 8800만명 여객을 유치하는 세계 최대 두바이국제공항으로부터 항공편으로 불과 2~4시간이면 중동·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유럽 등의 수십 나라에 도착한다. 인천공항으로부터 항공편으로 3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나라(수도 기준)가 네 나라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면, 두바이는 천혜의 교통 허브임에 틀림없다.


두바이에서는 두바이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두바이에 자국 인구는 두바이 전체 거주자의 10% 남짓에 불과하고 나머지 90% 가까이는 200개 인종의 외국인들이다. 대학들에도 100개 이상 국적의 학생들이 등록하고 있고 모든 수업은 영어로 한다.

두바이는 영토는 작지만 통치방식은 몽골, 로마와 같은 제국들과 유사하다. 특히 국적 불문하고 재주있는 사람을 고위직 또는 실무직에 널리 개방적으로 채용한다. 두바이 정부와 공공기관, 왕실 등 고위직 자문관 자리에는 영국인이 많이 자리잡고 있고 금융기관, 언론사 등에는 인도인이, 그리고 대학 등에는 유럽인, 미국인들까지 와있다. 다른 아랍국가에 비해 보편주의, 관용, 인도주의, 법치주의가 휠씬 더 많이 돋보인다. 중동국가이면서도 돼지고기, 술 수입과 판매가 허용된다. 종교의 자유와 종교인을 위한 거주비자도 있다. 법 앞에는 모두가 동등하다.

두바이를 포함한 UAE에는 줄잡아도 260만의 인도인, 120만의 파키스탄인, 53만의 필리핀인, 20만의 중국인, 10만의 인도네시아인 등이 거주하고 있다 한다. 따라서 두바이에서 우리 외교와 비즈니스, 한국문화와 한류 확산은 두바이 국적자들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외국인 커뮤니티의 대중들과 비즈니스 큰손들에게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의 신남방정책도 우리나라 쪽에서만 조망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반대편에서 그리고 두바이에 거주하는 인도인, 파키스탄인, 동남아인들을 대상으로 기획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두바이에서는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각국 공관들의 활동도 치열하다. 특히 미국, 영국, 독일, 중국 등 총영사관의 인력과 활동 규모는 압도적이다. 또한 한국과 외국의 많은 민간기업들도 두바이에 지역본부를 두고 인근 국가들을 커버한다.

우리 공관의 인력과 역할은 우리의 잠재적인 수요에 부응하는 데 크게 미흡하다. 통상증진과 문화확산에는 여력이 별로 없다. 두바이에는 우리 정부 기관이 운영하는 문화원도, 세종학당도, 한글강좌도 없어 아쉬움이 많다. 두바이의 다양한 인종과 사람들, 이들과 연결된 대륙들의 나라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 문화 및 한류 확산 대책은 매우 미흡하다.
최근 두바이 한인들이 나서서 수많은 국적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글강좌를 소규모로나마 열었다고 하니 큰 밀알이 되기를 기원한다.

새 정부 들어 신남방정책과 같이 과거 별로 중시되지 않았던 지역으로 우리의 대외관계를 발전·심화시키려는 의지와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두바이에서도 우리 국력 증진에 한몫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전영욱 駐두바이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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