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한진重 위기경보 역할 외면한 신평사들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31 17:14

수정 2019.01.31 17:14

[기자수첩] 한진重 위기경보 역할 외면한 신평사들

위기를 맞았지만 경고음이 울리지 않고 있는 기업이 있다. 한진중공업 얘기다. KDB산업은행과 채권단은 최근 몇 번의 긴급회의를 가졌다. 필리핀 수빅조선소 회생절차에 따른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논의하고, 한진중공업에 대한 처리방향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시장에선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주식토론 게시판에는 한진중공업의 향후 상황을 궁금해하는 투자자들의 글로 가득 찼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에 대한 시장의 경고음을 찾기 힘들다. 많은 증권사 중 신영증권사가 이달 투자의견 '매도' 리포트를 낸 것이 전부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신용평가사는 조용하다. 신용평가사는 한진중공업의 신용등급이 '미공시' 대상이라고만 밝혔다.

위기를 맞은 한진중공업의 등급 향배가 공시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이 신평사와 등급평가 계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위기의 순간에도 등급 공시를 강제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의뢰하지 않더라도 시장에 경고음을 주기 위해서 '무의뢰 평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나 제자리걸음이다.

한진중공업의 신용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은 최근 공시된 한진중공업의 특수목적법인(SPC) 등급으로 추정이 가능할 뿐이다.

공사대금 채권을 기초로 발행한 한진중공업 자산담보부대출(ABL)의 신용등급이 하향 검토 대상에 올랐다.

하향 검토 대상에 올랐다는 것은 신평사가 긴급하게 해당 등급 강등을 검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등급은 B-등급으로, 한 단계 하락하면 CCC등급이 된다. 대표적 시장 경고음으로 여겨지는 신용평가사가 조용하니 투자자들은 혼란스럽다.

투자자들은 '정보'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기업의 절체절명의 순간은 한 개인투자자의 절체절명의 순간일 수 있다. 그만큼 투명하고 발빠른 시장 경고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다.
모두에게 공정한 시장을 위해서 제대로 된 시장 경고음을 알려야 할 자본시장 인프라가 필요한 때다.

khj91@fnnews.com 김현정 증권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