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비서 성폭력' 안희정, 2심 법정구속.."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01 16:20

수정 2019.02.01 16:58

법원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징역 3년 6월 선고"
지위이용 비서 성폭력 혐의 1심 무죄를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항소심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위이용 비서 성폭력 혐의 1심 무죄를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항소심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수행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증거부족으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혐의를 무죄로 인정한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을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1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 대해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의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안 전 지사는 판결 직후 ‘도망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법정에서 구속됐다.

■1심 혐의, 2심서 유죄로 뒤집혀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를 상대로 2017년 7월 29일부터 지난해 2월 25일까지 러시아·스위스·서울 등지에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2017년 8월 중순 경 안 전 지사의 집무실에서 이뤄진 강제추행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현직 도지사이자 여당 차기 대권주자인 피고인은 자신의 수행비서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업무상 위력으로 네 차례 간음, 한 차례 추행 및 네 차례 강제추행을 했다”며 “피해자가 도지사의 비서라는 관계로 피고인의 지시에 순종해야 하고 내부적 상황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취약한 처지에 있는 점을 이용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이 상당기간 반복됐고,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피해자는 지위와 관련으로 인한 압박감에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드러낸 채 생방송 뉴스에 출연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도 피해자는 근거 없는 내용이 유포돼 추가적인 피해를 입었으나 피고인은 도의적·정치적·사회적 책임외에 법적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혐의를 부인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는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 피해자 진술 결정적 증거로 인정
사건의 쟁점은 김씨에 대한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이 존재했거나 행사됐는지 여부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위력을 항시 행사해 왔다거나 남용하는 등 이른바 위력으로 (피해자를) 억압해 왔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기본적인 위력관계가 존재하더라도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에 대해 간음 및 추행행위를 가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반면 2심은 위력에 의한 간음이 비밀리에 이뤄질 수밖에 없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춰 불리한 진술 동기가 드러나지 않는 한 불명확한 진술로 보이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성폭행·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는 법원이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가해자 중심의 인식구조로 피해자가 진실을 알리고 문제삼는 과정에서 여론에 의해 불이익 처분을 받는 등 피해를 입는 점을 보면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구체적 사건에서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고 진술을 가볍게 배척하는 논리는 경험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는 게 법원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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