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피해자다움' 배척한 안희정 성폭행 2심…"편협한 관점"

뉴스1

입력 2019.02.01 17:57

수정 2019.02.01 18:13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비서 성폭행' 관련 강제추행 등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2.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비서 성폭행' 관련 강제추행 등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2.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정형화한 피해자 반응만 정상으로 보는 건 편협"
"간음 다음날 '순두부집·이모티콘' 무죄근거 안돼"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는 '성폭행 피해자'에 대해 1심보다 폭넓은 해석을 제시했다. 신고 시점·성폭행 횟수·피해자의 성폭행 직후 행동에 대한 '정형화한 피해자상'을 배척했다. 1심 판결에서 논란이 됐던 '피해자다움'을 재정의 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1일 피감독자 간음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였던 안 전 지사는 이날 실형 선고로 법정에서 구속됐다.

항소심은 안 전 지사에 대한 10가지 공소사실 중 9건을 유죄로 판단했다. 기존에 1심은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고 10건 모두를 무죄로 봤다. 성폭행 직후 피해자가 보인 태도 등을 들어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간음 피해를 당하고도 도피 없이 다음날 아침부터 순두부 식당을 찾으며 정상적으로 안 전 지사를 수행한 점이나 피해자가 안 전 지사에 이모티콘을 사용하며 친근감을 표시한 점 등이 무죄 정황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김지은씨가 성폭행 피해 직후 보인 행동을 '무죄' 근거로 주장하는 안 전 지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사실을 곧바로 폭로하지 않고 (안 전 지사를) 수행하기로 결정한 이상 상관에 그런 행동을 했을 수 있다"며 "그게 성범죄 피해자로 볼 수 없는 행동이라거나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배척할만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개별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간 관계나 구체적 상황이 다를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안 전 지사 측의 이런 주장은 정형화한 피해자 반응만 정상적 태도로 보는 편협한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증거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이 결심공판에서 "피해자 다움이란 것은 없다"며 "안 전 지사는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문제 제기가 더 어려웠다"고 말한 점을 수긍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해자가 수차례 피해를 당하고도 비서직을 유지한 점에 대해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 정황으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고 자신의 직책을 수행하려 했던 피해자 심경으로 보여 수긍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수개월이 지나서야 피해 사실을 폭로한 데 대해서도 "피해자는 별정직 공무원으로서 도지사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다"며 "겨우 한달밖에 안 된 수행비서직에서 잘릴 수도 있었다고 진술한 점을 비춰보면 7개월이 지난 후 폭로한 사정 납득할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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