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악화되는 극장가 쏠림현상, 문화다양성 훼손 우려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04 15:26

수정 2019.02.04 15:39

0.02% 영화가 매출액점유율 80% 넘어서
2018 한국내 영화 개봉편수 및 상영편수
2018 한국내 영화 개봉편수 및 상영편수

한국 극장가의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할리우드 영화의 강세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영화계가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악화일로에 서 있다는 방증이다.

전통적으로 흥행 최상위권 영화의 쏠림현상이 있는 할리우드에 비해서도 심각한 수치로, 한국영화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파이낸셜뉴스가 4일 영화진흥위원회의 연도별 박스오피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위 50개 영화의 매출액과 스크린수 비중이 2017년보다 지난해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0.02%가 매출액 80% 점유

2017년도 상위 50개 영화의 매출액점유율 합계는 77.4%다. 1200만 관객을 기록한 <택시운전사>가 5.5%를 기록했고 연말 개봉한 <신과 함께-죄와 벌>, 연초 개봉한 <공조> 등이 3%대 후반을 기록해 뒤를 이었다.
상위 10편의 매출액 점유율은 32.2%였다.

2018년 상위 50개 영화의 매출액 점유율은 80.9%로 8할을 넘어섰다. 상위 10편의 점유율도 34.1%로 직전년도 점유율을 상회했다. 두 편의 1000만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합쳐서 11.2%의 점유율을 달성했고 <보헤미안 랩소디>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이 뒤를 이었다.

상위영화의 상영회수 역시 2018년도 들어서며 크게 늘어났다. 2017년도엔 상위 50개 영화 상영회수가 도합 397만4144회였으나 2018년도엔 446만4735회로 12% 증가한 것이다.

인기영화의 상영시간이 주로 주말과 평일 저녁시간으로 흥행순위에서 뒤처진 영화의 시간대보다 대체로 좋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흥행 하위권 영화의 접근성이 더욱 악화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본지가 흥행 최상위권으로 분류한 영화는 모두 50편으로, 2018년 한 해 동안 역대 최다인 1870편의 영화가 개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비율로는 0.02%에 해당하는 영화가 8할이 넘는 매출액 점유율을 기록했다는 뜻이다.

■문화산업 기틀 다양성 고사 우려

이는 몇몇 주류 영화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미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미국 영화업계에서 개봉하는 영화는 대형 배급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수입을 올리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리스 앤더슨이 <롱테일 경제학>에서 미국 박스오피스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흥행수익 100위권 아래 작품의 경우엔 최상위권 영화와 달리 소수의 지역 배급사를 통해서만 영화를 배급·상영한다. 500위권 아래로는 아예 배급사를 확보하지 못해 수입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크리스 앤더슨은 이 같은 상황이 영화 뿐 아니라 음반업계 등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술·독립영화 상영관이 활성화된 유럽 및 일본과는 크게 다른 수치로, 자칫 소외된 작은 영화가 도태돼 영화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


한편 미국의 경우엔 선댄스영화제를 비롯한 다수의 독립영화제와 독립영화지원기관을 통한 제작지원 풍토가 잘 만들어져 있어 쏠림현상을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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