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광화문광장 리모델링 둘러싼 오해와 진실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2 10:41

수정 2019.02.12 10:41


광화문광장 리모델링 조감도
광화문광장 리모델링 조감도

대한민국의 얼굴이자 수도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광장 리모델링(재구조화)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가상징 광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춘다며 진행한 '새로운 광화문광장' 국제공모 당선작을 최근 발표하면서다. 광화문광장의 마스터플랜격인 공모 당선작은 지상의 구조물을 재배치해 경복궁과 북악산을 막힘없이 볼 수 있게하고 각종 행사를 열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하도록 했다.세종대왕동상과 이순신장군동상을 세종문화회관 옆과 정부종합청사 앞으로 각각 옮기는 방안도 담았다.지하에는 경기 파주 ~서울~화성 동탄을 열결하는 광역급행철도 광화문역을 신설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이순신장군 동상이전,광장바닥에 세월호 촛불집회 상징문양을 새긴 기억공간 설치,광장 우회도로 건설 등을 놓고 보수와 진보,정부와 서울시 등이 이해관계에 따라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은 조선 초기인 1395년 경복궁 창건 후 육조거리가 있던 자리다. 1919년 3·1운동, 1960년 4·19혁명,1987년 6월 항쟁에 이어 가장 최근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촛불집회까지 주요 역사적 사건과 함께해왔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광화문광장은 단순히 광장 이상의 정치적 매력을 지닌다.그래서 역대 서울시장들은 광화문광장 운영에 공을 들여왔다. 이번에도 박 시장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이순신장군 동상 이전 논란···"이순신장군 동상은 이미 하나의 역사, 시민 의견 수렴해 결정"
이번 재구조화 계획에서 가장 큰 논란을 빚는 것은 바로 이순신장군 동상 이전 문제다. 이순신 장군 동상 이전은 광화문광장 재구성안 당선작인 'Deep Surface: 과거와 미래를 깨우다'에 포함된 제안 중 하나다. 그러나 당선자의 창조적 제안이 확정안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역사적 상징물을 왜 치우려 하느냐'며 논란을 불렀다. 이에 배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발표 당시부터 "이순신 장군 동상은 이미 하나의 역사이기 때문에 옮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대표설계자인 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역시 동상 이전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25일 열린 광화문시민위원회 정기총회에서 "국민 정서 상 동상 이전은 어려운 것으로 짐작했기에 많은 고민과 토론이 있었다"며 "이번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동상 이전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겠냐는 차원에서 제안한 것 뿐"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과도한 정치상징화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촛불모양의 바닥 포장 역시 종묘마당의 박석포장, 김환기의 그림, 촛불집회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지 촛불상징 그 자체를 형상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시는 집단지성의 광장이라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정체성에 걸맞게 '광화문시민위원회'를 통해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온라인 설문조사' 등 시민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교통지옥 논란··· "우회도로, 대중교통, 보행성 교통 체질 개선으로 해소"
교통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가 등장했을 때부터 지적됐던 문제다. 이미 2009년 광화문광장 조성 당시에도 왕복 16차선 도로를 10차선으로 한차례 줄인 바 있다.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현재의 왕복 10차선을 다시 6차선으로 줄이는 계획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광화문 광장 주위의 교통체계가 왜곡되면서 극심한 정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실제로 서울시의 시뮬레이션 결과 사직, 율곡로가 우회하고 세종대로가 축소되면 광화문 일대 통행속도가 95.8초대에서 104.8초대로 다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차없는 도심'은 세계적 추세라고 말한다. 걷는 도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일시적 정체는 선진도시로 가기 위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라는 입장이다. 2년 전 '서울로 7017' 사업 때도 그랬지만 일시적으로 다소간의 차량 정체가 있을 순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것이 서울시의 예상이다. 시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보행성'을 바탕으로 재편하는 동시에 교차로 운영체계 개선, 우회도로 정비 등 다각적인 교통량 분산대책을 가동하면 단순 정체 해소를 넘어 미세먼지 문제 등 삶의 과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GTX-A 광화문역 신설에 따른 비용을 감당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까지 광역철도 등 대중교통 인프라 확충에 전향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통해 도심 교통 체질 개선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각오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협의없는 일방통행 광장 논란… "행안부와 협의거쳐 대안 마련"
설계 공모 당선작 발표 후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다. 정책의 파트너격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새로운 광화문 계획안 절대 안된다"고 밝히면서다. 설계 공모 당선작에 포함된 정부서울청사 주차장과 진출입로 변경은 합의되지 않은 사안이라는 것이 반대의 이유다. 자기 집 안마당을 내줘야 하는 행안부 입장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지적이다.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은 국책과제 중 하나였고, 지난해 중앙부처 협의를 거쳐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공동발표한 광화문 재구조화 기본계획과 조감도에도 우회로와 광장 조성부지는 표기돼 있다. 행안부의 지적은 발표 형식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행안부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서울 청사 기능을 침해할 목적은 전혀 없었다는 의도를 확실히 밝히고 있다. 시로서도 행안부의 주차장 부지를 공원으로 바꾸겠다는 설계자의 창의적 제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이 청와대 앞길을 개방하고, 북악산까지 공개 범위를 넓혀가겠다고 하는 시점인 만큼 진취적 시점에서 나온 제안이 아니겠냐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달부터 새 광화문 광장 조성을 위해 시민 여론수렴과 연관된 정부부처간 협의가 시작된다. 연말까지 진행되는 기본 및 실시설계 과정에서 서울시와 행안부와 적극 협의하고 그 결과를 설계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2021년 준공 놓고 대선용 논란···"이미 문대통령 공약 사항"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계천 프로젝트 성공 이후 토건행정의 성공은 대선 가도의 성공이라는 공식으로 굳어졌다. 특히 광화문광장이 갖는 정치적 상징성을 감안할 때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대선카드로 보는 시선이 낯설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무리한 정치적 억측'이라 일축한다.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은 박원순 시장의 브랜드 사업도, 서울시 단독 사업도 아닌 대통령 공약사항인 '365일 국민과 소통하는 광화문 대통령'과 연계,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돼 온 서울시-중앙정부 공동 사업이라는 것이다. 세계 선진국의 수도는 아름답고 역사적 의미를 담은 국가 상징거리가 있다.
워싱턴의 내셔널 몰, 파리의 개선문,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처럼 600년간 광화문 일대에 쌓인 역사의 나이테를 창의적으로 진화시키고 북악산 줄기를 경복궁, 남대문과 청계천까지 이어가 광화문을 서울과 대한민국의 대표 프레임으로 완성시킨다는 것이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공유하는 목표다.dikim@fnnews.com정책사회 선임기자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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