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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세상 물정 몰라도 너무 모르는 르노삼성 노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08 16:58

수정 2019.02.08 16:58

르노삼성자동차가 프랑스 본사에서 경고를 받았다.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최근 르노삼성에 보낸 동영상 메시지에서 "르노삼성이 신뢰를 잃으면 물량 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임금인상을 놓고 반년 넘게 티격태격하고 있다. 노조는 부산공장에서 28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다. 르노삼성 노조는 임금인상을 고집하다 자칫 일자리가 위태롭게 생겼다.

5년 전 르노 본사는 로그(Rogue) 모델 생산을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맡겼다.
로그는 닛산의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미국 수출용이다. 로그는 르노삼성의 생산량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그런데 오는 9월이면 로그 위탁생산 기한이 끝난다. 따라서 지금은 노사가 똘똘 뭉쳐 로그 물량 재배정에 온 힘을 모아야 마땅하다. 이 마당에 노조는 장기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세상에 어떤 본사가 이런 생산공장을 좋아할까.

르노삼성 노조는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전 세계 공장을 상대로 구조조정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공장 7곳, 직원 1만4000명을 감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한국GM 군산공장이 그 희생양이 됐고, 부평공장은 한국 정부 지원으로 간신히 살아남았다. 르노그룹이 돌아가는 판세도 르노삼성에 불리하다. 르노삼성에 호의적이던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은 지난해 비리에 얽혀 낙마했다. 르노삼성의 장기파업은 경쟁자인 일본 규슈공장엔 희소식이다. 규슈공장은 5년 전 패배의 설욕을 다짐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자동차 통상환경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미국 상무부는 오는 19일까지 수입자동차 관세 보고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석달 안에 수입차에 최고 25% 관세를 물릴지 여부를 결정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주 부리나케 미국으로 간 것도 관세 면제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 10만원, 자기계발비 2만원 등 고정비 인상에 집착한다. 사측은 로그 물량 재배정을 앞두고 고정비 인상에 완강히 반대한다. 가격경쟁력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보자. 지금이 과연 노사가 임금을 놓고 다툴 때인가. 만에 하나 일자리를 잃으면 임금인상이 무슨 소용인가. 르노삼성에 납품하는 130여개 협력업체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GM이 반면교사다. 르노삼성 노사는 종래 상생의 모범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루속히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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