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 어둡다'..장애인 대상 범죄 30%, 장애인 보호직종 소행

장애인 대상 범죄자 27.9%는 보호직종 종사자
장애인 범죄 절반 성폭력‥비장애인에 비해 훨씬 높아
"명확한 법령 마련·양형기준 재정비 필요"

사진=연합뉴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30% 상당은 장애인 보호직종 종사자의 소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장애인 복지시설 근로자들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절반은 성폭력 범죄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대상 범죄 예방을 위해 법령 재정비와 엄격한 양형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애인 범죄 30%는 보호업 종사자
12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장애인 범죄피해실태와 대책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조사에 활용된 1302건의 범죄 중 27.9%는 장애인 보호직종 종사자가 저질렀다.

이들 중 장애인 복지시설의 시설장과 종사자가 38.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교직원이나 강사 등 교직 종사자들의 비중이 11.1%로 그 뒤를 이었다.

범죄 유형별로는 성폭력 범죄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7.2%에 달했다. 비장애인을 포함한 전체 범죄 유형에서 재산범죄나 폭력 등의 범죄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을 고려하면 장애인 대상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전남 신안군 '염전노예' 사건과 같은 장애인 노동착취 범죄의 경우 재산탈취나 폭력 등과 같은 다른 유형의 범죄와 함께 일어나는 비중이 높았다. 즉, 장애인을 대상으로 임금을 착취하고, 폭행과 협박 등을 일삼으며 노동력을 착취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양형기준 모호‥재정비 시급
전문가들은 장애인 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규정이 재정립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법률은 장애인 학대와 관련해 '정의'조차 제대로 규정되지 않아 처벌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장애인 노동 착취의 경우 우리나라에는 이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노동력 착취 목적으로 사람을 유인하는 행위나 인신매매에 대한 금지 조항은 있지만 노동력 착취 자체가 직접적인 금지 대상으로 규정돼 있진 않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지영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인 학대'의 정의·규정만 있을 뿐 '장애인 대상 범죄'나 '장애인 학대 범죄'에 대한 정의 규정은 없다"며 법령 재정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양형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범행에 취약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더욱 엄격한 처벌이 이뤄져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장애인 대상 범죄 중 양형기준이 제대로 갖춰진 것은 성폭력 사건에 불과하고 나머지 범죄에 대해선 제대로 된 양형기준이 존재하고 있지 않다"며 "가해자에 대한 엄격하고 통일된 처벌을 위해선 대법원 양형위원회 등에 요청해 명확한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