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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헝가리판 저출산 대책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2 17:20

수정 2019.02.12 17:20

'성장의 지체와 분배의 양극화.' 근래 세계경제의 특징적 양상이다. 주류 경제학은 출산율 저하에 따른 고령화와 정보기술(IT) 혁명에 따른 기술격차를 그 원인으로 본다. 그러나 극복할 대안은 불확실하다. 분명한 건 저출산 현상이 지구촌에서 자국 우선주의와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빅토르 오르번 헝가리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초고강도 출산율 제고대책을 내놨다. 신혼부부에게 1000만포린트(약 4000만원)를 무이자로 빌려주고, 이들이 셋째를 낳으면 대출금 전액을 탕감하는 등 현금지원책이 대거 담겼다.
세 자녀 이상 가구가 7인승 자가용을 살 때 250만포린트(약 1000만원)를 지급받는 건 약과다. 4명 이상 자녀를 낳는 여성은 평생 소득세를 면제받게 된다.

그 이면에 극단적 민족주의가 깃들어 있는 점이 주목된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오르번 총리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아이 숫자를 늘리는 게 아닌, 헝가리 아이를 원한다"고 했다. 특히 "이민은 항복"이라는 표현도 썼다. 헝가리는 몽골로이드계 훈족의 후예로 추정되기도 하는 마자르족의 나라다. 마자르족은 중국사에 나오는 흉노족과 슬라브족 등 유럽계의 혼혈이라는 설도 있다.

오르번은 집권 초부터 '반(反)이민'을 표방했다. 아프리카·중동 난민을 차단하려고 세르비아와의 국경에 전기가 흐르는 장벽까지 설치했다. 그가 '동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난민 유입은 막았지만 노동력 유출도, 경기침체도 막지 못했다. 출산율(2016년 기준 1.45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데다 청년들이 고임금을 좇아 서유럽으로 빠져나가면서다.

저성장은 어느덧 지구촌의 뉴 노멀(신정상 상태)로 자리 잡는 추세다.
그런데도 그 원인의 일부인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세계 곳곳에서 반이민주의라는 나비효과를 낳고 있다. 이로 인해 각국은 경기침체라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헝가리보다 더 심한 '출산절벽'에 맞닥뜨린 우리에게 타산지석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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