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형님네 사건 배당" 청탁…이후 박병대 소속 재판부에 배당

뉴스1

입력 2019.02.12 22:07

수정 2019.02.12 22:09

박병대 전 대법관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News1 이승배 기자
박병대 전 대법관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News1 이승배 기자

형사소송법상 회피사유 해당하지만 재판 맡아
"억울한 부분 있는 것 같다…재판은 증거·논리 싸움" 조언도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손인해 기자 = 박병대 전 대법관(62·사법연수원 12기)이 대법관 재임 시절 지인으로부터 형사사건 관련 배당 청탁을 받은 뒤 실제로 박 전 대법관 소속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됐고, 회피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박 전 대법관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의 고교 및 대학 후배인 투자자문업체 T사 대표 이모씨는 2011년 8월 28억원대 세금포탈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이씨는 박 전 대법관의 사무실로 찾아가 '사건을 잘 챙겨봐달라'는 취지로 청탁을 했고 박 전 대법관은 "억울한 부분이 있는 것 같으니 대응을 잘 해야 한다. 재판은 증거와 논리 싸움이다"라고 조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의 상고로 재판은 2012년 8월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박 전 대법관은 2011년 11월부터 2012년 8월까지 9개월 동안 총 17차례 법원 내부 사건검색시스템에 접속해 이씨의 사건 진행상황을 무단으로 열람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되자 이씨는 박 전 대법관을 찾아가 "제 사건이 형님네 재판부로 배당이 되면 안 돼요?"라며 당시 박 전 대법관이 속해있던 대법원 1부에 사건을 배당해달라고 청탁했다. 실제로 사건은 대법원 1부에 배당됐다.

박 전 대법관과 이씨는 대학 시절부터 잘 알고 지냈고, 이씨로부터 사건 청탁을 받은 만큼 형사소송법상 회피 사유인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에 해당하지만 재판은 대법원 1부에서 계속 진행됐다.

결국 이씨는 2013년 11월 대법원 1부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형사사건 외에도 세무당국과 24억원 상당의 법인세 및 종합부동산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박 전 대법관에게 청탁을 넣었다.

이에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3~4월 법원 내부 사건검색 시스템을 통해 이씨 사건 진행상황을 파악하고, 재판연구관 보고서 관리시스템을 통해 6차례에 걸쳐 신건보고검토메모를 출력해 연구관들의 검토 의견을 파악했다. 이듬해에도 같은 방법으로 20회에 걸쳐 사건 진행상황을 챙겨봤다.


이씨는 1심과 2심에서 승소했지만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자 박 전 대법관에게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고등법원으로 내려갔는데 한번 잘 살펴봐달라"고 청탁했다.

이에 박 전 대법관은 "응 그래. 알아보자"라고 답한 뒤 사건검색 시스템 및 재판연구관 보고서 관리시스템을 통해 4차례에 걸쳐 진행상황을 열람하는 등 사건을 챙겨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11일 박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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