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성인사이트 접속땐 블랙아웃…'사생활 검열' 논란 불렀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3 17:36

수정 2019.02.13 17:36

정부, 차단 사이트 유도 대신 접속 자체 못하는 SNI기술 사용
"사생활 비밀·자유 제한하는 패킷 감청과 뭐가 다르냐" 비판
'반대' 국민청원 11만명 넘어서
정부가 https 차단 정책을 실시하고 이틀이 지난 13일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우회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커뮤니티 캡처
정부가 https 차단 정책을 실시하고 이틀이 지난 13일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우회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커뮤니티 캡처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 국민청원이 13일 11시 기준 11만명을 돌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 국민청원이 13일 11시 기준 11만명을 돌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정부가 성인 사이트 등 불법 해외 사이트 800여곳을 차단하자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차단 조치를 조롱하듯 이미 인터넷에서는 우회 접속 방법이 퍼지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차단이 '패킷 감청'과 같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패킷 감청은 인터넷 회선을 통해 오가는 정보를 중간에서 실시간으로 가로채는 감청 방식을 일컫는다.

■'https 차단 반대'청원 10만명 돌파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지난 11일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1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해외사이트에 퍼져있는 리벤지 포르노의 유포·저지, 저작권이 있는 웹툰 등의 보호 목적을 위해서라는 명목에선 동의한다"면서도 "그렇다고 HTTPS를 차단하는 것은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리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앞서 11일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들은 당국 요청에 따라 'SNI(서버네임인디케이션) 필드차단 방식'으로 불법 사이트를 차단했다. SNI는 웹사이트 접속 과정에 적용되는 표준 기술을 가리킨다. 접속 과정에서 주고받는 서버 이름(웹사이트 주소)이 암호화가 되지 않고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을 노려 당국이 차단에 나선 것이다.

해당 기술은 정부가 기기 사이에 오가는 패킷(데이터 전송 단위)을 확인한 뒤 유해 사이트로 유입되는 패킷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실시한 'URL(인터넷 주소) 차단'이나 'DNS(도메인네임서버) 차단'은 보안 기능이 강화된 HTTPS 방식에서는 유해 사이트를 차단할 수 없었다. 그러나 SNI기술은 HTTPS 프로토콜 접속 과정에서 일부 공개되는 암호화되지 않은 정보를 확인해 차단할 수있다.

■시행 이틀 만에 각종 우회 방법 활개

일각에서는 이러한 SNI 차단이 정부의 과잉 감청·검열이 아니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개인의 통신뿐만 아니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제한된다는 이유로 '패킷감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주관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SNI 기술이 '패킷 감청'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SNI 기술은 암호화된 패킷을 들여다 보는 '감청'과는 다르다"며 "불법 사이트를 접속할 때 암호화되기 전의 신호를 감지해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불법 사이트를 접속하려는 사람의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차단안내 홈페이지가 아닌 블랙아웃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SNI 기술이 적용된 상태에서 불법 사이트에 접속하면 불법·유해정보 차단안내 홈페이지가 아닌 블랙아웃 상태로 표시된다.

그러나 이 또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양홍석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는 "암호화되지 않은 정보를 다루는 것 그 자체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생길 수 있다"며 "기술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이 있는 데 이를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려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실제 큰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벌써부터 HTTPS 차단을 우회하는 방법들이 돌고 있다.


한 네티즌은 구글 번역을 이용해 불법 사이트에 접속했다고 후기를 남기기도 했고 다른 네티즌은 특정 프로그램 설치를 안내하기도 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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