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그후]

⑤'재판거래' 사건 다시 심판대 오르나

'선거보전금 사기'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이 지난해 1월2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지난해 7월21일 서울역에서 KTX 해고 승무원들이 투쟁 해단식 기자회견을 한 뒤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안아주고 있다. © News1 성동훈 기자

첫 재심 청구는 '이석기 사건'…이달 내 소장 제출
재심사유 한정…"판사 뇌물수수 수준까지 입증돼야"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로 독립성이 생명인 재판에 '윗선'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법부 불신은 최고조에 달했다.

당장 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 사건이나 KTX 해고 승무원 사건 등 재판거래 의혹 대상으로 꼽히는 사건 당사자들이 판결에 불복할 가능성이 열렸다.

첫 재심 청구는 이 전 의원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옛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구명위)는 3·1절 특사를 앞두고 이달 내 재심 소장 제출을 목표로 변호인단을 중심으로 재심 청구 취지를 정리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회합을 통해 국가주요시설 파괴 등을 모의하고 이를 실행시킬 목적으로 RO 회합 참석자들을 선동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2015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9년형이 확정됐다.

이 전 의원 사건은 지난해 6월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BH(청와대) 설득방안' 문건에 등장하면서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이 문건에서 이 전 의원 사건은 양승태 사법부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 자유민주주의 수호 사례로 언급됐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지방의원 지위 확인 행정소송에서 재판개입뿐 아니라 배당개입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2014년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 자체에 대한 재심청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옛 통진당 의원들은 2015년 2월 이미 한차례 재심을 청구했으나 헌재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한 바 있다.

백승우 통진당강제해산대책위원회 간사(전 통진당 사무부총장)는 "현재 검찰이 통진당 관련 소송 배당개입 등을 추가수사하고 있는 상황이라 지켜보고 있다"며 "시점을 특정할 순 없지만 향후 통진당 관련 재판에 대해 재심청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Δ통상임금 사건 Δ키코 사건 ΔKTX 승무원 사건 Δ콜텍 및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Δ철도노조 파업 사건 Δ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Δ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 등도 양승태 사법부의 박근혜 청와대 '협력 사례'로 언급되면서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일부 사건의 경우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사법농단 수사가 완전히 마무리되고 관련 재판 결과로 재판개입 윤곽이 드러나면 재심 청구 움직임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김승하 철도노조 KTX 승무원지부장은 "해고자들은 복직됐지만 돌아가신 분들의 명예훼손을 위해서라도 재심청구를 통해 승무원들의 해고가 무효라는 재판 결과를 받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현재까지 드러난 문건만으로 해당 사건의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재심은 증거가 위·변조되거나 증언이 허위인 경우, 또는 판결에 관여한 법관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해 증명되는 경우 청구할 수 있도록 한정돼 있다.

재심 청구가 인정되려면 사건을 맡은 판사가 재판과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정도까지 입증이 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수사 결과는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추진 등을 위해 행정부 편의를 봐줬다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당사자가 억울하다고 다 재심이 되는 건 아니고 사유에 해당해야 한다"며 "윗선의 개입 정황만이 아니라 그 개입이 실제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수사로 직접 밝혀내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