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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추가 통상임금, 매출·영업익·사업성 신중히 따져봐야”..'경영상 어려움' 기준 제시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4 11:15

수정 2019.02.14 11:19

대법 “추가 통상임금, 매출·영업익·사업성 신중히 따져봐야”..'경영상 어려움' 기준 제시

근로자들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 등을 추가로 요구할 경우 회사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에 위태로운 상황이 아니라면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종전 통상임금 판례를 유지하면서도 임금청구 규모가 회사의 연매출과 영업이익, 앞으로의 사업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상임금에 해당하더라도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 여부를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4일 인천 시영운수 소속 버스기사 박모씨 등 22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씨 등은 2013년 3월 단체협약에서 정한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연장근로수당을 다시 계산해 차액을 추가로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가 아닌 통상임금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다. 앞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정립했지만 신의칙 적용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다보니 하급심마다 엇갈린 판단이 이어졌다.


박씨 사건에서 1·2심은 “회사가 8억원 가량을 추가 지급할 경우 예측하지 못한 경영상 어려움을 맞게 돼 신의칙에 반한다”며 사측 손을 들어줬다.

박씨 측 상고로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신의칙 적용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2015년 10월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3년 4개월간 신의칙 적용기준을 심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최근 사건을 다시 대법원 2부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노동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추가 법정수당은 약 4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며 "이는 회사의 연간 매출액의 2∼4%, 2013년 총 인건비의 5∼10% 정도에 불과하고, 회사의 2013년 이익잉여금이 3억원을 초과해 추가 법정수당을 상당 부분 변제할 수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는 이날 대법원이 신의칙 적용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된 만큼 아시아나항공과 현대중공업 등 다른 기업들의 유사소송에서 엇갈린 하급심 판단들도 일제히 정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아시아나항공과 현대중공업은 1심에서 신의칙이 부정돼 패소했지만 2심에선 신의칙이 받아들여져 승소한 바 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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