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자치경찰제 본격 도입에 '환영·우려' 반응 엇갈려…검찰은 '부글부글'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4 11:51

수정 2019.02.14 12:21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치경찰제 도입 당ㆍ정ㆍ청 협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치경찰제 도입 당ㆍ정ㆍ청 협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의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방안 발표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시각이 엇갈렸다. 자치경찰제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란 의견도 나왔으나, 일선 경찰관들은 여전히 지방직 공무원 전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자치경찰제와 검경 수사권 조정 동시 논의를 주장해왔던 검찰은 강한 불만을 표했다.

■ "입법화 추진 고무적"…일선서 우려 여전
14일 경찰 내부에서는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자치경찰제의 입법화가 가시화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자치경찰의 수사권 범위도 일부 명시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사안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찰청 소속 고위관계자는 "정부안이 만들어지고 국회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자치경찰제도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그런 선결과제가 풀렸다는 부분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자치경찰의 수사권이 일부 명시된 데 대해서는 "수사권 조정이 돼야 실질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도 (긍정적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협의안을 통해 불안감이 걷혔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다. 서울 내 한 경찰관은 "(경찰 사이에서는) 지방직 공무원으로 전환되는 데 대한 불안감이 컸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오늘 발표 내용에서는 단계적으로 전환된다고 나와, 다소 안심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적 흐름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중립만 잘 유지된다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관 대다수는 자치경찰안에 대해 여전히 우려를 표했다. 일선 경찰들은 인력 충원 방안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지방직 공무원 전환에 대한 걱정을 토로하면서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청에서 근무 중인 한 경찰관은 "소방의 경우 전 국민에게 균등한 소방 서비스 지원을 위해 국가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오히려 역으로 가자는 발상"이라며 "현 제도가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자치경찰제가 도입될 경우 지역별 치안서비스 질의 차등이라는 문제만 야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일선 경찰관은 "신규 인력 충원 없이 자치경찰제를 시행할 경우 4만명이 넘는 자치 경찰 인력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전환하는 희망자가 부족하다고 해서 억지로 직을 전환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업무분담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주민생활과 밀접한 영역에 대한 치안서비스에 자치경찰의 역할이 집중되면서, 주차단속이나 동물사체처리 등 지자체 단체가 수행하기 꺼리는 문제를 자치경찰로 떠넘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경찰관은 "지자체 단체에서 자치경찰 시행 이후 넘길 업무들을 취합해 정리해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업무분담의 경우 처음에 결정되면 되돌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로 인해 국가경찰 영역으로 남는 부서에 일선 경찰관들의 지원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형사과의 경우 잠복 등 격무에 시달리는 일이 많아 젊은 경찰관들에게는 대체로 인기가 없었지만, 최근에는 지원자가 확연히 느는 추세라는 것이다.

■ 검찰, "경찰 비대화 심화" 강한 불만
반면 검경 수사권 조정과 '실효적 자치경찰제'를 함께 요구해 온 검찰은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에 불만을 드러냈다. 검찰은 그간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건 송치 전 수사지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사권 조정과 함께 자치경찰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대검찰청 한 간부는 "국가경찰의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해 자치경찰을 만든 게 아니라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모두 권한이 겹쳐 국가경찰에 종속되게 한 처사"라며 "수사경찰·행정경찰·정보경찰을 분리하지 않아 경찰의 거대 권력화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검찰청의 또다른 간부는 "일반 형사사건 등 수사도 국가경찰이 일부 맡는 것은 '공룡 경찰'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라며 "권력 분산을 목표로 한 자치경찰제의 취지를 퇴색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간부는 "지방경찰제 세부안이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취지와 같이 비대한 권력의 힘을 빼려는 것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국가경찰과 지방경찰의 권한이 겹치고, 정확한 분담화가 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정체성의 혼란을 일으키고 국가경찰과 지방경찰의 권력 다툼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유선준 이진혁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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