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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화 '남한산성' 언급한 손학규와 바른미래당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4 16:47

수정 2019.02.14 16:57

[기자수첩] 영화 '남한산성' 언급한 손학규와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이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바른미래당 창당 1주년을 맞은 지난 13일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도부 회의 석상에서 민주평화당과의 통합 주장을 하는 당내 일부 인사들에게 경고했다.

이는 최근 양당 호남세력의 재결합론을 주장하는 김동철·박주선 의원을 겨냥한 것이었다. 또 이들에 대한 징계 검토 등 으름장도 나왔다.

하 최고의원의 경고는 그러나 30분도 지나지 않아 사실상 효과를 상실했다.

그가 이날 지도부 회의 뒤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창당 1주년 행사장에서 박주선 의원을 마주한 뒤다.
하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얘기 좀 했어요. (통합) 얘기 안하기로 하지 않으셨느냐"고 말을 꺼냈지만 박 의원이 "당대당 통합을 얘기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얘기가 좀처럼 이어지지 못했다.

바른미래당은 요즘 곳곳에서 지도부의 영이 서지 않고 있다. 진로뿐 아니라 노선 갈등도 원인이다. 제3의 길의 깃발로 출범했지만 정작 이 딜레마는 내부도 극복을 못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해 10월 판문점선언 뒤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비준동의를 추진했지만 지상욱·이언주 등 보수성향 의원들이 반대하자 결국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손학규 대표도 최근 "개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모두 어우르겠다"고 강조했지만 효과는 회의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앞으로 몰려올 쓰나미도 걱정거리다. 당장 2·27 북·미 정상회담 뒤 나올 비핵화 성적표를 놓고 예단은 어렵지만 어중간한 결론이 나오면 더 큰 문제다. '비핵화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는 쪽과 '어중간한 성과물로 대북제재 빗장을 풀어선 안된다'는 쪽의 싸움도 예상된다. 자칫 분열의 도화선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손 대표는 1주년 창당 기념식에서 조선시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 '남한산성'을 언급하며 뼈 있는 말을 했다. 그는 "대장장이 서날쇠는 위정자들에게 '당신들이 명을 섬기든, 청을 섬기든 우리는 관심도 없고, 의미도 없다. 다만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거둬들이고, 겨울에 배를 곯지 않는 세상을 꿈꿀 뿐'이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진보·보수가 아니라 오직 국민과 민생만을 바라보고 가겠다는 중도노선, 제3의 길에 대한 각오로도 들렸다. 그러나 영화는 무능한 인조가 신하들의 싸움에 갈팡질팡 휘둘리다 삼전도 치욕을 맛보고 끝을 맺는다.
누란의 위기에 놓인 바른미래당은 지도부의 역할이 절실한 때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정치부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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