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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눈치 입시'가 불러낸 허수지원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4 17:45

수정 2019.02.14 17:45

[현장클릭] '눈치 입시'가 불러낸 허수지원

홍익대학교 2019학년도 정시 특별전형에 지원한 한 수험생이 경쟁률을 높이려 지인 5명을 동원해 허수지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수험생 A씨는 홍익대 뿐 아니라 앞서 중앙대에서도 같은 부정행위를 벌여 결격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측은 A씨가 허수 지원자를 통해 경쟁률을 의도적으로 늘린 뒤 탈락을 지레 겁먹은 다른 학생들이 아예 지원하지 않는 점을 노리고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취재를 시작하면서 '고작 지인 5~6명으로 정말 다른 사람의 지원을 막고 본인이 합격할 수 있다고 봤을까?'란 의문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A씨가 지원한 전형이 '고른기회전형'이었다는 사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했다. 고른기회전형은 수능 응시자 중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계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정시 특별전형이다.
각 과마다 보통 한 명, 많게는 두 명 밖에 선발하지 않는다. 자격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에 지원자 자체도 많지 않다. 정원인 한 명인 과에 다섯 명만 지원해도, 벌써 경쟁률은 5:1이 된다.

높아진 경쟁률을 본 다른 수험생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좀 더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눈을 돌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전형임에도 불구, 한 사람의 부정행위로 인한 피해자 발생 여부는 너무나 명확하다.

때문에 교육당국은 문제가 된 '허수 지원'은 한 사람, 또는 일부의 일탈행위로 여겨서는 안된다.
한 사람의 일탈로 치부해 버리는 순간 매년 억울한 피해자들이 양산되는 것을 묵과하는 꼴이 된다.

2020학년도 정시 특별전형에서도 조금이라도 낮은 경쟁률에 지원하려는 전국 수험생들끼리의 '눈치 싸움'이 반복될 듯 하다.
수험생들의 장래와 희망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교육부와 대학이 함께 나서야 하지 않을까.

온 국민이 관심갖는 입시 문제인 만큼 교육부의 상식적이고 의미있는 대책을 기대해 본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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