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익선동 뜨는데 우린 한물 갔나" 빛바랜 명소 삼청동의 그늘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6 10:00

수정 2019.02.16 10:00

-방문객 줄고 공실은 늘어가는 삼청동 "임대료 내기 힘들다"
-삼청동 상인 "3년 전부터 하락한 매출…봄이 되면 나아질까"
-건물주 "늘고 있는 빈 가게…어려움 알다 보니 임대료 낮춰줄 수 밖에"
-부동산 관계자 "세 집 걸러 한 집은 비어…앞으로 공실 더 늘 것"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거리. [사진=김홍범 기자]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거리. [사진=김홍범 기자]

"TV에도 익선동만 나오고 삼청동은 한물가버린 기분이에요…세 집 걸러 한 집은 공실입니다"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로 알려진 삼청동에 빈 가게만 늘고 있다. 임대료가 높게 형성되고 방문객이 줄면서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상인들은 봄이 되면 조금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지만, 부동산 관계자는 앞으로 공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13일 방문한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일대는 최근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싸늘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방송 매체에 단골로 등장하며 활기를 띠었던 모습은 사라지고 텅 빈 가게가 심심치 않게 눈에 보였다.

방문객이 전혀 없어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상인들의 의견은 달랐다.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유동인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상인들은 굳은 표정으로 손사래 쳤다. 사드 사태 이후로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것은 물론, 국내 방문객까지 줄어 예전의 절반만큼도 매출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거리에 매장이 공실 상태로 남겨져 있다. [사진=김홍범 기자]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거리에 매장이 공실 상태로 남겨져 있다. [사진=김홍범 기자]

■ "재계약 안 하고 나도 나갈까" 상인들의 속타는 마음


A씨는 삼청동 한 의류 매장에서 지난해부터 매니저를 맡고 있다. 그는 판매 수수료의 일부가 월급에 포함되기 때문에 매출이 생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A씨의 전임자는 '이대로는 먹고 살 수 없다'며 지난해 그만두기도 했다.

A씨는 "처음 왔을 때 정말 힘들었는데 기록을 보니 2016년쯤부터 매출이 떨어졌더라"면서 "예전에 5000만원 씩 올렸던 월 매출은 1/10로 곤두박질쳤고 오늘은 아직 하나도 팔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A씨에 따르면 삼청동에 공실이 많아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가을부터다. 그는 "장사가 이렇게 안 되는데 누가 버틸 수 있겠느냐"며 "옆 가게 주인도 재계약 할 거냐고 물어보더니 안 할 거면 같이 나가자고 했다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TV나 유튜브를 봐도 익선동과 을지로만 나오고 삼청동은 이미 한물간 거 같은 기분"이라며 "봄이 되면 한숨 돌릴까 싶은데 공실은 채워지지 않고 있다"며 고개를 떨궜다.

또 다른 의류 매장은 악화된 매출 상태로 인해 강제 세일 중이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년 여성 B씨는 "하루에 몇십 만원 팔던 걸 요새 2~3만원 씩 팔고 있다"며 "이 정도 가게 크기면 못해도 월세 600~700은 되는데 공실이 늘 수 밖에 더 있겠나. 나가고 싶어도 계약기간이 안 끝나서 못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B씨는 "이렇게 힘들다가도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곳도 얼마나 버틸지 누가 알겠나"라며 "장사가 안되는걸 뻔히 아니까 월급이 안 나와도 왜 안 주느냐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고 씁쓸해했다.

액세서리 가게 점원 C씨는 "매장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30명 정도 되는데 물건을 사는 사람은 훨씬 적다"며 " 요새 뜨는 익선동 같은 곳보다 사람이 없는 게 느껴진다. 원래 여기가 더 많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거리에 한 건물이 공실로 남겨져 있다. [사진=김홍범 기자]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거리에 한 건물이 공실로 남겨져 있다. [사진=김홍범 기자]

■ 건물주 "4곳 중 1곳은 공실"…부동산 관계자 "앞으로 공실 더 늘것"


공실이 늘다 보니 초조해지는 건 건물주도 마찬가지다. 삼청동 일대에서 상점 네 곳을 소유하고 있다는 D씨는 "장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내가 가진 건물도 한 곳은 비어있다"고 전했다.

D씨는 "공실이 늘면 임대료가 내려간다. 그럼 내 건물에서 장사하던 사람도 임대료가 내려간 곳으로 옮기고 싶어 하거나 임대료를 낮춰달라고 말한다"며 "다들 힘들다 보니 임대료를 올리는 건 말도 안되는 얘기다. 잘되는 곳이면 모르겠지만 나도 이미 여러 번 내려줬다"고 밝혔다.

공실이 늘면서 상인들이 들어올 자리도 많아졌지만 부동산 거래는 얼어붙었다. 수천만원대 권리금을 주고 들어와도 문 닫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다보니 부동산 관계자는 앞으로 공실이 더 늘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부동산 관계자 E씨는 "이 상권에서 권리금 받고 뺄 수 있는 가게는 얼마 안 된다. 권리금이 1억 이어도 내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푼도 못받고 나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들어오는 거래량은 현재 올 스톱.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한 달에 한 건도 계약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 F씨는 "서로 힘든거 아니까 월세가 조금 떨어지긴 했는데 잘 될 때 치솟았던 걸 생각하면 여전히 낮지 않은 편이다"면서 "작은 소품들 팔면서 그 월세를 감당할 수 없다보니 앞으로 공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사드 이후에 중국관광객이 줄고 탄핵정국 동안 장사를 할 상황이 안 되다보니 점점 침체되기 시작했다"며 "공실이 세 집걸러 한 집씩 있는데 상권을 다시 살릴 계기가 없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상권이 형성되는데는 상당 시간이 걸리지만 삐끗해서 망가지는 건 한 순간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2~3년은 이렇게 막막하다고 봐야한다. 익선동 상권이 형성될 때도 월세가 낮았겠지만 지금은 배 이상을 올랐을 것이다.
지금이야 한창 잘나간다 해도 임대료가 계속 오르면 일부 가게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삼청동 #북촌 #익선동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김홍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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