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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 ‘실리-기량’ 무한경쟁 필살기 되다

강근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6 01:42

수정 2019.02.16 01:42

경륜 경기.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 경기.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광명=강근주 기자] 강축이 빵하고 때려서 연대(개인적 친분, 훈련지 근접, 기수, 학연 등) 선수를 마크로 붙이고 들어오는 경주는 전개 자체가 깔끔하고 기분 좋다. 물론 마크로 달아준다 해서 모든 협공이 성공하지는 않지만 줄서기 가능성과 삼복승 선택의 토대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주목거리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선발-우수급 축선수가 인지도를 배제한 채 친분 있는 누군가를 마크로 붙여주고 동반입상에 성공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 특급신인 연대 동반우승 해체

이런 라인 흐름이 퇴색한 데는 터보엔진을 장착한 신인이 대두해서다. 과거 신인은 신인답게 타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축 선수 앞에 자리를 잡고 등수야 어찌됐든 종소리만 듣고 있는 힘을 다해 경주를 주도했다.

재거나 따지지 않고 치고 나서는 신인은 상대하기 쉬운 만큼 축 선수 의지가 경주에 강하게 반영됐다.
즉, 축 선수가 친분이나 라인 선수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데뷔하자마자 선발-우수급에서 특선급 톱클래스 수준의 선행력을 보이는 신인이 나오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21기 정하늘, 22기 양승원은 신인 중심 경주 흐름을 창출했다. 선발급에서 데뷔전을 치른 정하늘은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를 몰고 왔다. 6경주 연속 선행을 했는데 200m 평균 시속이 11초 35. 따라가다가 다리가 풀려버리는 상황에 놓인 선발급 선수들은 혼란에 휩싸였다.

양승원은 정하늘의 계보를 이은 후속 주자다. 선발-우수급 강자를 상대로 딴 생각을 못하게 위협하며 본인 전법 위주의 경주를 연출했다. 결국 경주 중심은 기존 강자가 아닌 힘 좋은 신인 선수로 바뀌고, 기존 강자는 크게 고전하는 형국이 전개되며 라인을 생각할 여력은 사라졌다.

◇ 라인의 종말, 각자도생 우선

이런 상황에서 신인이 강자를 인정하는 기준이나, 기존 강자가 마크 자리를 내어주며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어떤 기준이 필요했는데, 결국 종합득점이 그 역할을 하게 됐다. 선수별 득점이나 인지도를 무시하고 강자 입맛에 따라 줄을 서던 전개는 이제 확연히 사라지고 철저히 실력 위주로 자리를 잡는(그 기준은 종합득점) 현상이 펼쳐졌다.

물론 각 급별 결승전이나 편성 자체가 혼전인 경우 종합득점과 인지도를 배제한 연대 협공이 공격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사실 기량과 인지도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구도에선 본인이 살려면 아군과 협공을 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때리면 지켜주고, 뒤를 막으면 끌어줄 선수가 필요하다. 그래서 객관적인 기량에서 3 ,4위로 밀리는 선수가 연대와 협공으로 최고 강자를 제압하는 모습도 결승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 S급 강자 과감한 연대 전개

누구나 인정하는 S급 강자는 평일 경주에서도 지역 연대를 펼칠 수 있다.
수도권 정종진과 정하늘, 충청권 황인혁과 김현경, 경남권 이현구와 성낙송은 기량만으로 경주 흐름을 압도할 수 있는 전력으로 종종 과감한 연대 플레이를 펼치며 도전 선수를 주눅 들게 만든다.

경륜 전문가들은 “경륜이 무한경쟁으로 들어서면서 신인-선배, 친분과 연대를 떠나 실력이 최우선이 됐다”며 “선수 간 라인, 연대에 의미를 두는 누가 누구를 챙기느냐 하는 추리 방식은 이제 과거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S급 강자가 쉬운 편성을 만나거나 선수 기본 성향이 라인 경주를 고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량과 인지도에 따른 줄서기로 대부분 경주가 시작된다”며 “혼전 구도나 결승전이라면 객관적인 기량에서 밀리지만 라인 협공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선수에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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