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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답답한 고용시장, 더 답답한 정부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8 17:31

수정 2019.02.18 17:31

[fn논단] 답답한 고용시장, 더 답답한 정부

한달마다 답답해지고 한달마다 시끄러워진다. 바로 통계청에서 매월 발표하는 고용동향 때문이다. 고용지표는 물가나 생산 등의 다른 경제지표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도가 절대적이다. 그런데 작년 여름부터 그 고용지표가 눈에 띄게 나빠지는 탓에 언론들이 매번 중요한 기사로 취급하고 있다. 누가 잘한다는 기사내용은 아무도 관심이 없기에 기삿거리를 고민하는 언론에는 항상 좋은 재료가 된다. 그래서 그런지 고용동향을 발표할 때마다 당국의 대응은 안쓰럽고 답답해 보인다.
그런데 그 대응에 공통된 특징이 있다. 우선, '아니다'라는 용어를 자주 쓴다. '실제 고용시장이 나쁜 것은 아니다' '일부 지표가 나쁜 것은 최저임금 인상 탓이 아니다'등이 그것이다. 둘째, 꼭 좋아지는 고용지표를 한 가지씩 든다. 고용동향에는 일자리 상황을 나타내는 많은 지표들이 있다. 당연히 백개의 지표가 나쁘더라도 하나 정도 좋아지는 지표는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자꾸 희망고문을 한다. 언제쯤 되면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고용시장이 좋아질 것이라는 등의 화법이다. 섣부른 가설이나 무모한 신념으로 미래를 예단하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만에 하나 그렇게 안될 경우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고용지표를 다루는 당국에 바라는 것이 있다. 우선, 지표가 나쁘더라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말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것은 변명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필자 개인적 입장에서 보면 최근 고용상황에 정부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으나, 그것보다는 시장 사이드에서 경기 요인과 산업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바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일부에서 이를 오로지 정부 탓이라 공격하는 것은 분명 옳지 않다. 그런데 정부도 그 공격이 너무 아픈지 계속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그러면 그럴수록 상황은 자꾸 꼬여만 가고 논리적 설득력을 잃어간다. 그래서 언론은 당국이 계속 변명을 하면서 자기합리화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제는 언론이 고용지표 자체가 아니라 기자브리핑에서의 당국의 변명에 관심을 가진다는 느낌마저 든다.

둘째, 정책만능주의를 버려야 한다. 정부는 모든 것을 다 알고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아니 모르는 것이 태반이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민간의 영역이 너무 커졌고 사회가 너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정책만능주의를 버려야 한다. 역으로 민간도 정부에 기대려는 생각만 해서는 안된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스스로 해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조연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국민과의 공감대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 시급한 고용대책도 필요하지만 지금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바는 위로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책임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경제부총리가 취업준비생들을 만나 일자리를 많이 만들지 못해 송구하다고 밝혔던 것이나, 대통령이 소상공인들을 만나 항상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던 것 등이 바로 정부의 참된 역할이 아닐까 한다.
억지스러운 백마디의 변명보다 진심어린 위로의 마음을 담은 한마디의 어루만짐이 우리의 답답함을 달래줄 수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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