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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개농장서 만난 시추·스피츠… '애완-식용' 경계 없었다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9 16:46

수정 2019.02.19 16:46

동물보호단체 HSI '충남 홍성 개농장 구조작전' 동행
200여 마리 개들 뜬장서 구조
치와와·푸들 등 다양한 품종 뒤섞여
믹스견, 식용견으로 팔릴 위험
충청남도 홍성의 한 개농장에서 번식용으로 길러지던 시츄들. 사진=강규민 기자
충청남도 홍성의 한 개농장에서 번식용으로 길러지던 시츄들. 사진=강규민 기자

【 홍성(충남)=강규민 기자】 한파로 땅이 꽁꽁 얼어붙은 지난 13일 글로벌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이 충청남도 홍성 소재 개농장에서 개구조 작전을 벌였다.

큰 도로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이곳엔 강아지 공장(번식장)과 식용견 농장을 같이 운영한 농장이 버젓이 자라잡고 있다. 200여마리의 개들은 뜬장에서 차가운 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반려견으로 기르는 치와와, 웰시코기, 시베리안 허스키, 요크셔테리어, 푸들, 포메라니안, 시추, 프렌치 불독, 스피츠, 장모치와와 등 다양한 종의 개들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식용견과 애완견은 다르다고 믿고 있다.
이 농장에서는 우리가 집에서 기르는, 혹은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애완견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다가 개고기로 판매되기도 한다.

여기저기 펼쳐져 있는 뜬장 속에는 일반가정에서 가족처럼 생각하는 스피츠와 똑같이 생긴 개들이 구원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개들의 털은 엉겨 붙어 있었으며 눈 밑에는 눈물자국이 깊게 패여 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난 개들은 영양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나이에 비해 몸집이 작고 말라 있었다. 한손에 들어올 만큼 몸집이 작은 개들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서로 몸을 맞대고 떨고 있었다. 그 옆은 지칠대로 지친 어미개가 겨우 지켰다.

개 농장주 이모씨는 8년간 개농장을 운영해 왔다. 진돗개 및 도사견의 믹스견(혼합견종)을 기르기 위한 것이다.

식용견 농장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이씨는 개고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자 '퍼피밀'에 도전했으나, 식용견과 달리 손이 많이 가는 번식장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농장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농장에는 웰시코기와 진도 믹스견을 포함한 다양한 믹스견이 발견됐다. 미처 개들을 따로 관리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이런 개들은 이씨가 애완견으로 판매하지 못해 '식용견'으로 분류돼 팔려갈 위험성이 있다. 이씨는 "돈을 벌기 위해 개사업을 시작했으나 보신탕 집들이 문을 닫아 수입이 크게 줄었다"라며 "번식장에서 나온 개들은 예뻐야 팔리는데 관리가 어렵다보니 판매도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HSI에 농장 폐쇄와 개들의 구조를 요청했다. 개농장을 HSI의 도움으로 폐쇄하고, HSI의 지원을 받아 컴퓨터 활용능력을 연수 받거나, 경비원으로의 취직을 고려하고 있다.


HSI 한국지부의 김나라 캠페인 매니저는 "HSI에서 그간 폐쇄했던 13군데의 식용견 농장에서 다수의 '품종견'이 발견됨을 통해, 식용견 농장과 강아지 공장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었다"라며 "더욱이 이번 농장은 이를 보다 분명하게 보여주는 예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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