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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입시형 교육, 평생직업형으로 바꿔야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9 16:50

수정 2019.02.19 16:50

[여의나루] 입시형 교육, 평생직업형으로 바꿔야

경제와 일자리의 악화는 지난 20여년간 계속돼왔다. 그간 진보와 보수 정부를 불문하고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경제와 일자리 위기의 근본원인을 잘못 잡은 것은 아닐까?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임기 마지막 해에 국가인적자원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인적자원개발기본법에 위원회의 근거 규정도 만들었다. 이 위원회는 2005년부터 추진됐으나 당시 야당의 강한 반대로 2007년에야 출범했다.
야당은 참여정부를 위원회공화국이라고 비아냥댔고, 왜 또 새로운 위원회를 만드느냐고 비판했다. 아니나 다를까 MB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이내 문을 닫아버렸다.

왜 노 대통령은 임기말에 자신이 직접 위원장을 맡으면서 국가인적자원위원회를 출범시켰을까? 선진국 가운데 경제의 성장, 소득의 분배, 일자리 창출, 국민행복지수에서 앞서가는 나라의 공통적인 특징은 국민의 평생학습 또는 평생능력 개발에서 앞서간다는 점이다. 흔히 성장과 분배는 동시에 이룰 수 없는 두 마리의 토끼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국민의 전생애에 걸친 능력개발 투자가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교육에 대한 투자, 특히 개인의 교육비 부담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은 '대학입시형'이다. 교육 투자는 초중등교육에 집중되고 학교 교육이 끝난 이후에는 능력개발 투자가 뚝 떨어진다. 교육은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입시준비에 불과하다. 그 길이 의사, 변호사, 공무원으로 입신양명하고 대기업에 취업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대학입시형 교육은 소수의 개인에게는 출세와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는 기회를 열어주지만 그보다 훨씬 다수의 청년에게는 낙담과 사회적 열패감을 맛보게 한다. 또한 고학력자를 사회적 수요보다 훨씬 많이 양산해 좋은 일자리 부문에서는 구직난을, 사회적 평판이 낮은 부문에서는 구인난을 동시에 심화시켰다. 또한 인적자원 구조의 기형화는 제조업 기반을 붕괴시켜 경제의 성장동력을 약화시켰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혁신 속도가 빨라지면 대학입시형 교육은 더 큰 문제를 파생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지금 존재하는 직업의 절반이 로봇에 의해 대체되고, 평생직장 관행이 무너지며 직업생애 중 직장과 직업이동이 잦아져 패치워크(patchwork) 커리어가 확산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전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직업능력 개발을 하지 않으면 실업자로 전락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대학입시 중심의 교육에서 평생직업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인적자원개발 체제로 대전환해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를 운영하고 있고 여기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독립적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출범시키려 하고 있다.
교육이 국가 백년대계이고 교육에 대한 불신이 높음을 감안하면 필요한 방향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위기 해결을 위해 전국민의 생애에 거친 능력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일이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멀리 내다보고 대학입시형 교육에서 평생직업형 인적자원 개발로 대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2008년 이후 동면하고 있는 국가인적위원회를 되살려야 하지 않을까?

이원덕 前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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