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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망 비관론… 마이너스 수익률 국채 비중 늘었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9 16:53

수정 2019.02.19 16:53

지난해 10월이후 증가세.. 보유규모 11조弗 넘어서
유럽 경기부양 노력 물거품될듯.. 안전자산 독일 국채엔 돈 몰려
경기전망 비관론… 마이너스 수익률 국채 비중 늘었다

"오랫동안 구설에 올랐던 심각한 역풍들이 이제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마이너스 수익률 국채 비중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자자들의 경기전망이 비관으로 흐르고 있음이 숫자로 확인된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분석에 따르면 채권 발행자인 정부에서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되레 이자를 내야 하는 마이너스 수익률 국채 규모가 지난해 10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6년 13조달러 규모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해 9월까지 감소세를 이어왔던 마이너스 수익률 국채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본격화하고, 세계 경기둔화 우려가 깊어지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후 다시 증가세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경기전망 비관 숫자로 확인돼"

메릴린치는 지난해 10월 이후 올 1월 중반까지 투자자들의 마이너스 수익률 국채 보유규모는 21% 급증해 11조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만기까지 이자를 내야 하고, 만기가 돼도 물가상승률 등의 영향으로 더 적은 금액을 받을 것이 확실한 이같은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 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선진국 경제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칼라모스 인베스트먼츠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 매트 프룬드는 "유럽은 확실한 진창에 빠졌다"면서 "오랫동안 말해왔던 심각한 역풍들이 이제 숫자로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이 수렁에 빠진 것은 마이너스 수익률 국채가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는데 그 배경이 있다. 채권 투자 수익이 기대에 못미치게 되면 이는 은퇴를 대비해 자금을 마련하는 이들에게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더 늘리라는 신호가 된다. 결국 돈을 은행에 맡기지 말고 투자하거나 소비를 하라며 통화증발, 금리인하에 나선 ECB의 경기부양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런던 채권 펀드매니저인 앨라이언스 번스타인의 존 테일러는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이 더 오래 자리잡을수록 사람들의 행동도 더 심하게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앙은 경기부양 물거품되나

ECB는 2014년 6월 은행들이 ECB에 돈을 맡길 때 적용하는 예치금리를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뜨린 뒤 이후 3차례 추가 인하했고, 2016년 3월 -0.4%까지 떨어뜨린 뒤로는 금리를 동결해왔다.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수익률 국채를 사는 것은 그저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WSJ은 전했다. 보험사의 경우 보험금 환급 기간에 맞춰 만기를 분배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마이너스더라도 국채를 사들여야 하고, 뮤추얼 펀드들은 이들 국채가 자신들이 좇는 지수에 편입돼 있기 때문에 사들일 수밖에 없다.

또 뭉터기 돈을 갖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은 현금을 은행에 넣어둘 경우 은행에 돈을 보관한다는 이유만으로 0.1% 추가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해 이윤도 기대해볼 수 있는 마이너스 국채를 사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안으로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면서 안전자산 독일 국채와 위험자산 이탈리아 국채간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도 벌어지고 있다.
5년만기 독일 국채 수익률은 지난해 4월 0.03%에서 지금은 -0.4% 수준까지 떨어진 반면 이탈리아 5년물 국채 수익률은 같은기간 0.6%에서 1.8%로 뛰었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뜻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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