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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4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1 17:26

수정 2019.02.21 17:26

[여의나루] 4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많이 쓰는 나라를 손꼽으라면 아마도 우리나라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다. 때로는 무슨 의미인지 불문하고 여하튼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모든 움직임에 이 용어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곤 한다. 미국 등 서구에서는 이 용어 대신에 주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에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는 변화에 한정해 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용어 자체가 변화의 방향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리라 여겨진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4차 산업이란 용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경제학을 전공한 필자는 이 용어가 매우 불편했다.
도대체 무슨 산업을 지칭하는지 잘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 속에는 1940년에 미국 경제학자 콜린 클라크가 '경제진보의 제조건:The Conditions of Economic Progress'에서 제시한 산업구조의 분류체계가 꽉 들어차 있다. 클라크는 1차 산업을 농업, 수산업, 목축업 등 직접 자연에 적용하는 산업들, 2차 산업을 이를 다시 가공해 다른 물질적 재화를 만드는 광업, 제조업, 건설업, 전력·가스·수도업 등의 산업들 그리고 3차 산업을 1차·2차 산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들, 즉 주로 서비스를 생산하는 산업들이라고 분류한 바 있다.

과연 4차 산업은 어떤 산업을 가리킬까. 지금 우리나라에서 언론 등을 통해 확산되는 용어를 잘 살펴보면 '4차 산업혁명을 적용해 (즉 ICT를 활용해) 변화를 모색하는 산업'이라는 쓰임새가 압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기존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 ICT를 적용해 이른바 '스마트 산단'을 만들려는 노력을 '4차 산업' 단지로 지칭하고, 건설기술연구원이 건설업에 ICT를 접목하는 노력도 '4차 산업' 연구환경을 조성한다고 표현한다. 해당 기관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언론에서 2차 산업인 제조업과 건설업을 4차 산업으로 둔갑시켜버린 셈이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일반 국민의 인식에 커다란 혼란이 일어나고 이것이 신산업 탄생에 노력을 기울이는 정책당국이나 전문가들의 정책 의도를 왜곡시킬까 심히 걱정된다. 산업정책의 우선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먼저 떠오르고, 나아가서는 기존 산업들에 간단한 디지털 전환을 적용해 신산업이라고 포장해 기존 산업들이 안고 있는 규제나 인식을 벗어나려는 의도로 오인됨으로써 기피될 가능성도 있다.

4차 산업이라는 용어는 선진국들에서 3차 산업, 즉 서비스산업이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게 되자 지나치게 다양한 산업들이 포함된 방만한 용어라는 반성이 일면서 우리나라에서 한때 유행했던 이른바 지식기반 서비스들, 즉 지식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산업들인 전산, ICT, 컨설팅, 연구개발(R&D) 등을 따로 지칭하려고 노르웨이 학자 셀레스타드가 1990년에 처음으로 제시했다. (엔터테인먼트 등을 5차 산업이라고 부르지만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지금도 4차 산업이라는 용어를 이 취지대로 사용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싶다.
바로 위에서 설명한 산업정책적 함의 때문이다.

요약한다면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전환, 즉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을 적용해 모든 산업들, 나아가 모든 사회적 시스템을 바꾸어 나가려는 큰 변화로 파악하고 4차 산업은 정보통신산업 혹은 지식기반서비스산업 등으로 좁게 파악하는 것이 좋겠다.
여하튼 우리가 기대하는 신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잘 수용한 4차 산업에서 많이 나타날 것은 틀림없다.

김도훈 서강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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