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노후 인프라 개선, 지금이 골든타임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1 17:26

수정 2019.02.21 17:26

[특별기고] 노후 인프라 개선, 지금이 골든타임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같은 원인으로 인한 29건의 작은 사고와 300건의 잠재적 징후들이 있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사고 이전 나타나는 징후에 대해 상세하게 조사하고 그 원인을 파악해서 잘못된 점을 시정한다면 대형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런 징후가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하고 무시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뜻이기도 하다.

작년에 유달리 끔찍한 사고 소식들이 자주 들렸다. 지난해 12월 경기 고양 백석역 인근에서 온수관이 파열되는 사고로 시민 1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쳤다. 이 사고가 있은 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부산, 목동, 안산에서 잇따라 온수관 파열사고가 발생했다.
모두 인프라의 노후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연구 결과에서 서울 시내에 30년 넘은 다리와 지하철, 터널 등 노후화된 도시 인프라가 10년 뒤면 절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용한 지 20년 넘은 노후 열수송관이 전국적으로 700곳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대로 노후 인프라를 방치한다면 몇 년 후에는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명약관화하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인프라가 더욱더 노후화되기 전에 지금 당장이라도 개선해야 하지만,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노후 인프라 개선에 필요한 적정 수준에 못 미치는 19조8000억으로 편성됐다. 뿐만 아니라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향후 인프라 예산은 연평균 2.0%씩 축소돼 2022년에는 17조5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대조되는 것이 우리보다 10~20년 먼저 인프라 노후화를 겪은 일본의 사례다. 일본 정부는 동일본 대지진과 사사고 터널 붕괴사고를 계기로, 국가 차원의 '인프라 장수명화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등 2013년에 인프라 노후화에 대응하기 위해 쓴 비용이 전체 SOC예산의 35%인 약 3조6000억엔(약 37조원)이다. 작년 트럼프 정부도 미국 내 노후 인프라 재건을 위해 1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노후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다행히도 올해 국민안전을 위한 SOC예산을 확보할 기회가 없지는 않다. 지난해 정부가 계획했던 것보다 더 걷어들인 세금이 25조4000억원에 달해 정부 수립 이후 최대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국민안전 확보를 위해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노후 인프라를 당장이라도 개선할 수 있도록 올해 추경에 노후 인프라 개선 관련 예산을 확대 편성하고, 선진국 사례들을 본보기로 삼아 노후 인프라 개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노후 인프라에 대한 정부재정 여력이 부족하다면 민간의 풍부한 여유자금을 활용하는 민간투자 방식으로도 노후 인프라를 개선할 수 있다.


앞서 언급된 하인리히 법칙에서 시사한 바와 같이 노후 인프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노후 인프라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노후 인프라에 대한 투자 및 민간투자사업 방식 추진 등을 통해 노후 인프라를 하루라도 빨리 개선해야 할 것이다.


정병윤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

※외부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