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부산 신발 1번지' 잃어버린 명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1 17:31

수정 2019.02.21 17:31

[기자수첩] '부산 신발 1번지' 잃어버린 명성

부산의 신발산업이 쇠락하고 있다.

국내 신발 1호 기업인 부산 동양고무산업을 모태로 한 화승은 최근 적자 누적으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때문에 화승이 생산하는 부산의 토종 신발 브랜드 '르까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르까프는 한때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유명했던 국산 신발 브랜드다.

부산의 신발산업은 1980년대 최고 전성기를 누리며 수출 선행지표로서 국내 경기에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산업화 진전과 함께 신발산업이 사양화되면서 주요 부산지역 신발업체들이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로 이전하는 등 쇠퇴기를 걷게 됐다.


부산 토종 브랜드 중 '월드컵' '타이거' '슈퍼카미트' 등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다. '프로스펙스'와 '르까프'만 살아남은 상황에서 르까프의 위기는 국내 신발업계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신발업계에 따르면 부산지역 신발 관련 업체 수는 2014년 238곳에서 2017년 206곳으로 3년 새 13% 감소했다.

신발산업은 전후방 생산유발 효과가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숙련집약형 산업이다. 따라서 부산 신발산업의 명성을 회복하는 것은 지역경제만이 아닌 국내 경기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부산시도 정부와 힘을 합쳐 '부산신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다행히 최근 부산시는 '부산 브랜드 신발 육성사업' 추진계획을 내놓고 지역 신발 브랜드 육성에 나섰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사업 규모가 총 3억원으로, 1개 브랜드당 4000만원 내외를 지원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인데 이 정도 예산으로는 수박 겉 핥기식의 생색내기용 지원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이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예산투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sr52@fnnews.com 강수련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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