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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국민연금...대체투자 포함 작년 수익률 내주 공개

뉴스1

입력 2019.02.22 06:10

수정 2019.02.22 06:10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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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 부재 흔들리는 국민연금" vs "일희일비 하지말고 길게 봐야"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국민 노후자금 644조원(지난해 11월 말 기준)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달 17일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지난해 수익률이 -1.5%로 잠정 집계됐다고 보고했다. 이 수치에 대체투자 공정가치평가 결과 등을 반영한 수익률 잠정치는 다음주 발표될 예정이다.

수치가 보정되면 -1.5%보다는 손실율이 작아질 수 있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하기는 어렵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0.18%) 이후 10년만에 마이너스 수익률은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의 부진이 마이너스 수익률의 주요 배경이었다. 특히 국내주식 운용에서 큰 폭의 손실을 봤는데, 다른 부문에서 이를 만회하지 못했다.
증시는 지난해 10월 급락장을 거친 후 회복세를 보이긴 했으나 11월과 12월에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말 국민연금의 자산별 수익률은 국내주식 -14%, 해외주식 1.87%, 국내 채권 4.27%, 해외채권 3.21%, 대체투자 6.95%였다.

기금 644조원을 기준으로 수익률이 -1.5%였다면 단순 계산으로 지난해 10조원대의 손실을 봤다고 볼 수 있다. 10년 만에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자금을 까먹었다는 의미다.

이같은 저조한 성적표에는 불안했던 시장 상황 뿐 아니라 잇따른 인력 유출 등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등 정치적 논란 요인 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2008년 금융위기처럼 예상하지 못한 외부 쇼크가 있었다면 국민연금의 마이너스 수익률이 글로벌 경제상황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국민연금에 대한 정권 차원의 흔들기가 있기 때문에 마이너스 수익률이 국민 입장에서는 불안한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일단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관련해 "정치권력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나라에서 국민연금이 경영에 개입하게 두면 (연금)사회주의국가로 가자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위원들은 연간 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안전성과 수익률을 확보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기금운용위원은 "주식시장이 안 좋으면 안 좋은대로 수익률에 연동되고, 좋으면 좋은대로 연동되기 때문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다. 최소 5년을 평균으로 봐야 한다. 연 단위는 평가는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다른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은 "단기 수익률이 떨어지면 국회,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질책을 받아 민간 자산운용사와 비슷한 투자를 하게 된다. 오히려 그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1년3개월 간의 공석 끝에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이 임명된 뒤 같은해 12월 조직 개편과 인력 충원 등으로 조직적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안 본부장은 첫 해외 출장지로 캐나타 토론토와 미국을 방문해 연기금인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투자전략 등을 살펴보기도 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 집중된 투자 비중을 줄이고 해외투자 비중을 2017년 말 27.9%에서 오는 2022년 말 4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수익률에 대한 평가과 함께 향후 투자 전략 등은 2월 말이나 3월 초 결산을 위해 열릴 기금운용실무평가위 회의에서 우선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데, 투자처 전환 속도를 놓고는 주장이 갈리고 있다.

한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은 "투자처를 해외 쪽으로 바꿨다가 고령화가 빨리 진행돼 투자금을 환급해서 써야 할 상황이 되면 외환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며 "국내 증시가 좀 불안정하다고 해서 비율을 확 줄이면 국내 주가가 더 빨리 떨어져서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국민연금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일반 펀드처럼 상황에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바꿔나갈 수 없다"고 부연했다.


한 기금운용위원은 "해외·대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은 방침만 그렇고, 비중이 실제 그렇게 커지지 않고 있다"며 "대체투자 등 품목을 개발하고 실제 이익을 찾는 게 뒷받침돼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역량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또 "안목을 갖고 대체투자를 할 수 있는 인프라와 조직에 힘이 실려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뉴욕·런던·싱가포르에만 있는 해외사무소를 더 늘리고, 최고 실력의 운용역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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