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정년 65세로 연장, 서둘 일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2 17:09

수정 2019.02.23 09:39

대법원이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나이를 60세에서 65세로 올려야 한다는 판결을 내놨다.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의 여건을 고려할 때 적절한 판단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에 따라 당장 보험지급액을 늘려야 하는 보험업계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뿐 아니라 현행 60세 이상인 법정 정년 연장 논의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올 수 있고, 노인연령 기준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 조정 논의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중 우리는 이번 판결이 고용시장에 몰고 올 파장에 주목한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이번 판결에 맞춰 현행 정년규정도 손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 대법원이 판결한 노동가동 연한은 단순히 기능적인 노동 가능성을 보는 것이지만 정년연장 문제는 노동의 사회경제적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이번 문제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가동 연한 상향과 정년연장은 반드시 함께 움직여야 할 사안은 아니다" 면서 "정년연장은 기업의 지불능력과 임금체계 개편, 사회보험제도 변화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만큼 노사정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노동가동 연한이 65세로 상향되니 정년도 65세로 높이자는 국민 정서상 압박이 있을 수 있으나 법적으로는 연계된 접점이 없다"는 입장이다.

60세 정년 의무화가 전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1989년 노동가동 연한이 55세에서 60세로 조정된 이후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27년이다. 이렇게 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년연장을 위해선 이에 걸맞은 노동시장 유연화 등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했기 때문이다.

정년연장이 일자리 축소나 청년층과의 일자리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된다.
고용비용이 증가하면 기업은 신규고용을 기피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갈등이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마당에 섣불리 정년을 연장하면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장기적으로는 정년연장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더라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이유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