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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졸속 탈원전에 경보음 울린 한전 적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4 17:08

수정 2019.02.24 17:08

값비싼 LNG, 발전단가 올려.. 탈원전 속도조절 불가피해
한국전력이 지난해 20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이 영업적자를 낸 건 2012년 이후 6년 만이다. 특히 22일 공개된 한전의 작년 경영성적표를 보면 당기순손실은 영업적자보다 더 많은 1조1508억원에 이르렀다. 영업손실에 반영되지 않은 발전자회사들의 이자비용 증가 탓이다. 정부가 탈원전 드라이브를 거는 동안 이들 자회사가 고비용 발전에 치중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한전 측은 탈원전이 적자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발전자회사들의 연료비 상승과 민간 발전사로부터 전력구입비 증가 탓으로 돌리면서다. 그러나 이는 원전 이용률 하락과 상관관계가 크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다. 한전의 배후인 원전 규제당국이 안전점검을 빌미로 원전을 멈추는 통에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나 유연탄으로 화전을 더 많이 가동해야 했으니 말이다. 원전 이용률은 2016년까지 80~85%였으나 문재인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2017년 71.2%로 뚝 떨어진 데 이어 작년엔 65.9%로 추락했다.

한전은 이 추세라면 올해도 2조4000억원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이미 총부채가 61조원에 이른 터라 결국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운 제조업의 경영난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전이 변전소 잔여부지 매각 등 비상 자구책을 마련한다지만 '언 발에 오줌 누는' 수준에 불과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탈원전 속도를 늦추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발전효율과 경제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렇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2일 청와대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국 원전 건설사업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다. 하지만 국내 원전 생태계가 무너지면 해외 원전 수주전에서 성공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지난해부터 국내 원전업체와 그 협력업체들이 동반 경영난에 빠졌다는 소식이 들리기에 하는 얘기다.
더군다나 대학 원자력학과의 정원까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니 설상가상이 아닌가.

지난해 체코에서 원전 세일즈에 나선 문 대통령은 "한국은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며 한국기업 참여를 요청했다. 결국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토대로 한 정부의 탈원전은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웠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답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탈원전 정책을 지양하고, 에너지원별 기술혁신 전망을 내다보며 합리적 에너지믹스 전략을 다시 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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