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흔들리는 세계화와 수출성장


최근 미국 상무부는 '수입자동차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0일 이내에 수입자동차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매길 수 있게 됐다. 최악의 경우 연 81만대의 대미 자동차수출이 위협받는다. 국별로는 유럽이, 차종에서는 미래차가 주대상으로 보도돼 조심스러운 안도감은 있다.

그동안 국제무역에서 '관세'란 용어는 퇴조했었다. 먼 거리에서 제품, 서비스와 자본을 거래하는 네트워크인 글로벌리즘은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관세는 수입억제 효과가 있지만 수입물가 상승으로 장기효과는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정부 출범 이래 관세 부과는 빈번해졌다.

경제적 글로벌리즘은 각국의 무역과 금융을 긴밀하게 통합해 삶의 질을 높였다. 미국의 외교정책전문가 이언 브레머는 1980년 이래 세계화의 선순환으로 세계 경제가 7배나 커졌고 수억명이 기아에서 벗어났다고 봤다. 국제결제은행(2017)도 세계화 진전으로 소득불평등이 크게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세계화는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후퇴했다. 그 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비중과 국가 간 직접투자는 정체됐다. 국제자본흐름도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세계화의 후퇴는 그 부작용에서 비롯된다. 국가 간 그리고 특정국 내 계층 간 혜택의 불균점에 대한 불만으로 정치현안이 됐다. 공정무역 신뢰도도 약해졌다. 신흥국의 수출품에 기술 도용이나 보조금 지원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통합경제권 규범이 특정 회원국의 오랜 관습과 충돌해 통합력은 약화됐다.

국제무역 체제도 변모했다. 자유무역에서 자유 및 공정무역을 지향한다. 지역 간 무역협정이 다자간무역협정을 대체하려 한다. 역내무역의존도는 2011년 이후 증가하는 추세다. 보호무역 억제장치로서 세계무역기구(WTO)는 한계에 직면했다. 협상력이 큰 경제대국은 상관없지만 경제소국에는 큰 문제다.

세계화는 소득불평등의 주요 원인이 아니다. 국제결제은행의 실증분석은 무역과 금융시장 개방보다는 기술의 영향을 더 높게 봤다. 글로벌 기술숙련공에게 혜택이 가장 컸다. 신흥국 수출 증대로 선진국의 비숙련공의 피해가 많았다. 그리고 고성장 신흥국의 중산층과 선진국 부유층의 소득증대는 컸지만, 글로벌 중상위층 소득증대는 미약했다.

세계화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확대될 것이다. 스위스의 국제연구대학원(GIIDS) 볼드윈 교수는 현재를 선진국 첨단기술과 개도국 저임금이 결합된 '세계화 3.0'으로 봤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서비스업 중심의 '세계화 4.0'으로 규정했다. 국경을 넘는 데이터 교류와 네트워크 확대가 지속되고, 인공지능(AI)과 로봇은 고도의 원격 기술서비스도 가능케 해 새로운 경제 및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국제경제환경 변화에 적응할 전략이 절실하다. 국제무역 감소에 대응하고 보호무역주의 파고도 넘어야 한다. 오랫동안 수출성장의 텃밭인 다자간 협력체계를 유지하면서 지역경제협력도 성과를 내야 한다.
중장기 청사진이 요구된다. 내수시장을 육성하고, 수출품목과 대상국도 중층화해야 한다. 실리중심의 경제외교도 불가피해졌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