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검찰이 무에서 유 창조"

법정에 처음 서 작심 발언.. 檢 수사에 강한 불만 토로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법정에 처음으로 출석해 '검찰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며 수사에 강한 불신을 내비쳤다. 검찰 측은 양 전 원장이 구치소에서 풀려나면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이 허가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 전 원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26일 열린 자신의 보석 심문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된 처지에 대한 참담한 심정과 검찰 수사 과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 검찰은 형사문제가 될 게 없다는 법원 자체조사에도 불구하고 영민한 목표의식에 불타는 수십명의 검사를 동원해서 법원을 쥐잡듯 샅샅이 뒤져 흡사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300여 페이지에 되는 공소장을 만들어냈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양 전 원장은 "검찰이 법원의 재판에 관해 프로세스를 이렇게 이해 못하고 있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며 "재판 하나하나 그 결론을 내기 위해 법관이 얼마나 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얼마나 깊은 고뇌를 거치고 번뇌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양 전 원장은 "이 상황에서 저는 무소불위의 검찰과 마주서야 한다. 제가 갖고 있는 무기는 하나도 없다. 영민한 사명감에 불타는 검찰이 법원을 샅샅이 뒤진 20만페이지에 달하는 증거서류가 내 앞에 장벽처럼 가로막고 있다"며 "책 몇권을 두기도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그걸 검토하는 것은 100분의 1도 제대로 못하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석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검찰 측은 양 전 원장이 구속기소된 지 불과 8일 만에 보석을 청구했다며 그 사이 보석이 받아들여질 만한 사정변경은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잘못을 하급자에게 전가하는 등 여전히 증거를 인멸할 사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양측 입장을 검토한 후 적절한 시기에 보석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