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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공정경제와 간접비 소송 대란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7 16:49

수정 2019.02.27 16:49

[fn논단]공정경제와 간접비 소송 대란

공정경제는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자 간에도 실현돼야 할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다. 그런데 최근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간접비 청구소송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로 공공건설시장의 공정경제 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2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되는 공공공사의 대다수는 장기계속계약제도가 적용된다. 이 제도에서는 총공사 금액을 기준으로 입찰이 이뤄지고 계약 상대자도 정해지지만, 계약은 해마다 한번씩 연차별로 이뤄진다.

그런데 1차연도 계약이 끝난 다음 2차연도 계약을 할 때 예산 사정 등으로 2∼3개월씩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 공공발주자들은 이 같은 공백기를 반영해 계약기간을 연장해주기보다 연차별 계약 횟수를 늘려서 총 공사기간이 늘어나는 사례가 많았다.
예컨대 5년에 5차 계약만 이뤄져야 할 공사의 계약 횟수가 7차, 8차…. 이런 식으로 늘어나면서 총 공사기간도 연장되는 것이다.

그런데 다음 연도 계약이 지연돼 예산투입이 안되더라도 건설업체는 계속 현장을 유지해야 한다. 이때 지출되는 공사현장의 유지관리 인력에 대한 인건비나 현장사무실 운영경비 등이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간접비다. 작년 9월 말 기준 간접비 청구소송 공사의 공사연장 기간은 평균 35.3개월이었다.

공사기간 연장의 책임이 공공발주자에게 있을 경우 건설업체들은 관행적으로 소송을 통해 간접비를 받아왔다. 공공발주자가 당연히 지급해야 할 돈이지만 법령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감사 등을 우려, 공공발주자도 소송을 통해 받아 가라는 경우가 많았다.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간접비 청구소송 건수는 무려 260건, 1심 청구액 기준 소송가액은 약 1조2000억원에 달했다. 그리고 이전에 판결이 선고된 간접비 소송 중 약 78%는 원고인 건설업체가 승소했다. 왜 그럴까. 공사기간 연장의 원인이 예산부족, 민원 발생, 용지보상 및 이주지연과 같은 공공발주자 귀책사유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10월 말 대법원은 총 공사금액이나 총 공사기간이 포함된 총괄계약이 아니라 해마다 체결되는 연차별 계약을 기준으로 한 간접비 청구만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관행적으로 총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간접비를 소송을 통해 받아왔던 건설업체들로서는 날벼락을 맞게 됐다. 이미 건설업체가 1심 소송에서 승소한 간접비 청구소송도 대법원 판결 이후 2심에서 패소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간접비 지급 회피를 위한 공공발주기관의 불공정행위도 늘어나고 있다. 장기계속계약제도는 오랫동안 총 공사계약에 대한 의무만 부담하면서 권리행사는 연차별로만 가능한 발주자 우위의 불공정 계약제도란 비판을 받았다.


이제는 국회가 나서서 장기계속계약의 총괄계약 효력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법률 개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미 의원입법안도 발의돼 있다.
정부도 소관 법령 개정과 산하 발주기관에 대한 행정지도를 통해 간접비 지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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