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칼럼]

김정은, 도이머이 성공 이유 바로 보라

개성공단 단순 임가공할 때 하노이선 스마트폰 만들어
시민 자유확대가 숨은 비결


27일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특별한 곳일 법하다. 세계 최강인 미국과 싸워 적화통일을 일군, 같은 공산권 국가의 수도라서다. 역대 한국 대통령들이 베를린을 각별하게 여긴 사실과 대비된다. 사회주의 체제 동독 주민들이 투표로 서독이 주도한 독일연방 가입을 선택한 이래로 말이다.

더욱이 하노이는 조부인 김일성 주석이 두 차례나 방문했었다. 김정은으로선 북한 인민들의 자긍심을 일깨우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여길 듯싶다. 생각이야 그의 자유다. 다만 그런 '추모 기행' 이상의 의미를 지녀야 한반도 구성원 모두에게 복음일 것이다. 차제에 그가 베트남의 번영을 따라잡겠다는 각오를 다지길 바랄 뿐이다.

사실 베트남은 북한이 롤모델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는 나라다. 우선 미국과 전쟁을 치른 경험을 공유하고 있지 않나. 특히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오늘과 같은 경제활력을 일궜다는 점도 김정은에게는 솔깃할 것이다. 열전을 치른 미국과 1995년 수교 이후 최근 연간 6~7% 고성장세이니….

이는 1986년 이래 도이머이(쇄신), 즉 베트남식 내부 개혁과 대외개방 정책이 성공한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이 같은 '베트남의 길'을 북한에 제시했다. 도이머이식 개방의 진수가 바로 '적(미국)과의 동침'이었지 않나. 김정은도 과감히 핵을 포기해 국제제재 해제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선택해야 할 근거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도이머이식 개혁의 현장에서 그 과정의 숱한 우여곡절을 주목하기 바란다. 1975년 4월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을 무력으로 통일했다. 이후 베트남은 사회주의 깃발을 높이 쳐들었다. 남베트남의 산업시설을 국유화하고, 농가를 집단농장으로 묶으면서다. 이로 인해 경제가 갈수록 피폐해지자 나온 대안이 도이머이였다.

개혁의 지향점은 처음엔 시장경제 확대였다. 그러나 점차 정치적 자유도 확산됐다. 오늘날 베트남인들은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는 등 종교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자유를 누린다. 서방 언론이 "베트남은 공산주의의 외투는 걸치고 있으나, 자유의 피가 자본주의적 심장을 채우고 있다"(스미소니언 매거진)라고 평가할 정도다.

이는 베트남이 일당 체제이지만 개혁적 지도자를 끊임없이 수혈한 결과다. 세습독재 체제인 북한과 달리 호찌민 사후 누구도 5년 이상 권력을 독점하지 못했다. 주석, 서기장, 총리가 권력을 공유하는 집단지도 체제가 쯔엉찐, 응우옌반린 같은 '도이머이 기수'의 산실이었다. 이들은 국영기업의 민영화 혹은 주식회사화를 적극 추진했다. 민간기업과 개인의 창의를 외면해선 경제발전도 한낱 미몽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북한의 개방 수준이 '개성공단식 단절 모델'에 머물 것으로 점쳤다. 주민들의 '사상오염'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외부정보를 차단하고 주민이동을 금지하면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꽃피우겠다면 그야말로 헛꿈일 것이다. 철조망을 친 채 단순 임가공제품을 생산해온 개성공단과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만드는 하노이 공단의 차이가 이를 웅변한다.


만일 김 위원장이 베트남을 발전모델로 삼을 요량이라면 두 가지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먼저 핵을 내려놓아야 국제사회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는 현실이다. 다른 하나는 시민의 자유와 시장의 자율이 허용돼야 경제가 실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