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중소건설사에도 공평한 입찰 기회를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8 17:44

수정 2019.02.28 17:44

[기자수첩] 중소건설사에도 공평한 입찰 기회를

문재인정부의 모토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세상을 꿈꿨고 그런 사회를 실현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문재인을 지지했다. 하지만 집권 3년차에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에서는 기회는 힘 있는 자에게 쏠리고 과정은 불평등하며 결과는 강자가 독식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공모한 고덕·강일지구 공동주택용지 1·5블록 현상설계 공모를 놓고도 중소기업은 기회조차 박탈당한 대기업의 잔치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토지 추첨이 아닌 설계공모 자체가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아닌 이상은 참여하기 힘들뿐더러, 기존 대기업들은 1년 이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준비했지만 중소기업은 그러한 여력조차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어렵게 단독으로 설계공모에 당선돼 땅을 분양받더라도 실제 사업은 그림의 떡이다.
고덕·강일지구의 1블록 기준 토지대가 3000억원에 달하는데 당선되자마자 열흘 만에 10%인 300억원을 내야 하고 두달 내에 90%인 2700억원을 내야 한다. 대형건설사의 경우 이 정도 금액을 마련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지만 중견사의 경우 두달 내에 이 정도 금액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돈이 없으면 참여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뿐만 아니다. SH공사는 지난 21일 첫 공고를 냈을 때에는 참여지분확인서를 요구하지 않았으나 갑자기 마감 이틀 전인 26일 참여지분확인서를 내라는 추가 공고를 냈다. 중견사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응모 접수기간도 일주일밖에 안되는데 그 사이에 다른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맺어 지분을 정하고 사업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오래전부터 미리 사업을 준비하지 않은 곳이면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그동안 토지 추첨 방식에서 중견사들이 관계사나 자회사로 중복 응찰을 하고 SPC를 만들어 벌떼 분양을 해 과도하게 경쟁률을 올렸던 폐단은 고쳐야 할 점이다.

하지만 오히려 설계공모비용 증가로 분양가도 높이고 실제 설계가 공사에 반영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비용을 전가할 우려가 있는 방식이라면 다시금 재고해봐야 한다.
시공실적, 주택건설면허, 종합건설업면허,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서 발급가능업체 등 자격 기준을 높여 중복 입찰을 막는 방법도 있다.

kmk@fnnews.com 김민기 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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