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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2차 핵담판 결렬]정상에만 맡긴 ‘톱다운 담판’ 한계… 부담 커진 실무진 협상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8 17:52

수정 2019.02.28 17:52

트럼프, 국내 정치용 승부수 분석
폼페이오-김영철 라인 가동 예상
의제 조율했던 비건 역할도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로이터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로이터 연합뉴스

【 하노이(베트남)·서울=이설영 김학재 기자】 8개월여 만에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2월 28일 기대했던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이번 회담 결렬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정상끼리 만나 큰 틀의 합의를 한 뒤 실무를 추진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의 전형적 부작용이 이번 회담에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실무진이 수차례 만나 의제와 요건을 협의해도 결정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로가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합의 무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자신의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폭로 등으로 미국 내에서 정치적 압박을 받던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하자 판을 새로 깔기 위해 회의장을 떠났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북·미 양측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제 공은 실무진에게로 넘어왔다.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의 역할도 필요하겠지만 톱다운 방식 협상이 지속되는 한 양국 실무진이 다시 모여 협상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지난한 과정을 또다시 거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회담 직후 자신의 숙소인 메리어트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과) 생산적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어떤 합의도 안하고 끝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저희도 여러 옵션이 있다. 어떨 때는 그냥 떠나야 할 때도 있는 것"이라고 말해 다시 만날 여지를 남겼다.

중간중간 고비를 겪으며 시기가 미뤄지던 북·미 양국 정상의 두번째 만남이 이뤄지기까지 여정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연말까지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제재완화 선후를 두고 갈등이 이어지며 북·미 관계가 교착에 빠졌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올해 북·미 관계가 지난해 남북관계처럼 대전환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싶다"며 대화의지를 보이면서 국면이 전환됐다. 이후 북·미 간 물밑 대화는 급물살을 탔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밝히면서 실무진 간 활발한 대화도 이어졌다.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간 실무회담은 평양, 하노이 등을 오가며 수차례 진행됐다.

2차 회담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당장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 라인이 다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관계를 풀어가는 카운터파트 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그 아래 실무진 간 논의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어서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 강경파였으나 입장이 변한 만큼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소통으로 여건을 구축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더 많이 요구했으나 추가적 합의를 못 얻었다"면서도 "우리는 더 친근해졌고, 더 털어놓을 게 있다.
궁극적으로 이룰 것은 전 세계 주민을 위해 평화를 이루는 것이다.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정상회담 막판까지 비핵화 의제를 조율했던 작업을 이어가 북측 카운터파트와 함께 실무논의 수준을 재정비할 것이란 분석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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