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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2차 핵담판 결렬] 대북 제재 완화 물건너가… 남북 경협사업 줄줄이 위기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8 17:54

수정 2019.02.28 17:54

경협 준비하던 정부·재계 당혹..민간 특수 기대감도 사라져
北 국제금융기구 가입 무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2월 28일 종료됐다. 베트남 하노이 베트남-소련 우정노동문화궁전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취재진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2월 28일 종료됐다. 베트남 하노이 베트남-소련 우정노동문화궁전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취재진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 28일 북한의 비핵화 실질 조치와 종전선언, 대북 제재 일부 완화 등 양측의 상응조치를 교환하는 '하노이 선언' 채택에 실패하면서 재개될 것으로 기대됐던 남북경협에 제동이 걸렸다. 그동안 대북 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비해 물밑 준비에 박차를 가해온 정부로서는 최악의 결과를 받아든 셈이다.
지난해에 이어 2차 회담에서도 북·미가 비핵화 성과를 도출하지 못함에 따라 정국 교착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 없이는 사실상 남북경협 추진이 어려운 만큼 경협 사업도 줄줄이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북·미 회담 결렬에 경협 무산되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경협 재개에 기대감을 공공연히 내비친 정부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월 2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차 북·미 회담 이후 한반도 상황을 '신한반도체제'로 규정하고, "북한의 경제가 개방된다면 주변 국가들과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고 말했다. 북한 개방을 전제한 채 본격적인 남북 경협 시대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실제 최근까지 경협을 위한 물밑 준비도 이어왔다.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 연결 및 현대화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남북은 2월 25일 철도·도로 조사 관련 자료를 주고받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 중인 이날 청와대가 국가안보실 2차장에 통상전문가인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임명한 것도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대응 차원인 동시에 본격적인 남북경협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김 차장은 노무현정부 시절 남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주장한 인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전날 국회에 설치된 남북경협특위에 입법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북·미가 비핵화 로드맵을 두고 의견 차가 큰 상태에서 2차 회담까지 결렬되면서 남북 경협이 사실상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민간에서 기대해온 경협 특수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IBK경제연구소 조봉현 부소장이 추정한 연구에 따르면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10대 경협사업에 대한 향후 20년(2019~2038년)간 투자비는 총 63조5000억원으로, 연평균 3조1750억원이 투입된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은 한국 379조4000억원, 북한 234조1000억원으로 예측했다. 총 투자비 대비 경제적 효과가 9.7배에 달할 것이란 추정이다. 특히 남북 모두에 개성공단 확대, 서해평화경제지대 조성 등 경제특구 개발사업이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분석됐다.

■北 국제금융기구 가입도 무산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가 물 건너가면서 남북 경협 선결 과제였던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정부는 북·미 회담 이후 대북제재가 완화되는대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북한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등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지원할 방침이었다. 인프라 건설 등 대외지원을 받기 위해선 세계은행이나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들은 IMF 회원국을 대상으로만 회원 가입을 받고 있다. 이 역시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어떻게 도출되느냐에 달려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들 기구에 대한 출자금 지분이 높아 영향력이 큰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여부에 따라 가입을 적극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경우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가입해야만 회원국이 될 수 있고, 아시아개발은행은 유엔 회원국이면 가입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수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대북 경제제재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남북 경협은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기까지는 한 발도 나아갈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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