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4분의 환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으로 마무리되면서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협상 결렬의 충격이 더 크게 와닿는 이유는 회담 일정 내내 북·미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회담이 결렬되기 전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산책 외교'로 우정을 과시했다.
2월 28일 오전 9시(현지시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30여분간 단독회담을 했다. 곧이어 두 정상은 회담장에서 나와 메트로폴 호텔 뒤편에 있는 유럽식 중앙정원을 산책했다. 두 정상은 천천히 이동하며 4분가량 환담을 나눴다. 이후 기다리고 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다시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웃음 짓기도 했다.
산책 외교는 딱딱한 회담 테이블에서 벗어나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라 친교를 쌓는 데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두 정상의 화기애애한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확대정상회담에 이어 업무오찬이 당초 오전 11시55분께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확대회담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조율에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급기야 '하노이 선언'에 대한 합의는 무산된 채 결국 오후 1시25분께 두 정상은 회담장을 나와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예정돼 있던 공동서명식과 업무오찬 일정은 끝내 무산됐다.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목을 집중하고 있던 국제사회는 메가톤급 충격에 빠졌다.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며 두 정상이 빈손으로 회담장을 떠난 가운데 북·미가 또다시 이런 화기애애한 만남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두 정상은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도 정겨운 친교시간을 가진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찬 이후 카펠라 호텔 정원에서 통역도 없이 둘만의 시간을 가졌는데 1분 정도에 불과한 짧은 산책이었지만 '카펠라 산책'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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