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저무는 종이증권 시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3 16:35

수정 2019.03.03 16:35

[특별기고] 저무는 종이증권 시대

한국예탁결제원은 새해를 시작할 때마다 증권이 보관돼 있는 금고실 개문식을 통해 증권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는 전통이 있다. 올해도 고객들과 함께 새해 첫 증권을 입고하면서 무사고를 기원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행사도 과거의 기억으로만 남게 될지 모르겠다. 종이증권 축소를 위한 다양한 노력으로 지금은 보관량이 많이 줄어들었으며, 올해 9월 16일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되면 이마저도 대부분 없어질 것이다.

증권을 본 적이 거의 없는 우리 주식투자자들은 증권 거래를 위한 전제로서 증권이 발행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즉 기업은 투자를 받는 대가로 증권을 발행해 교부하고, 투자자는 이를 직접 보유하거나 증권회사나 예탁결제원을 통해 수령해 관리한다.
하지만 이런 종이증권 발행과 유통은 여러 가지 불편과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종이증권 보관·관리를 위해 월평균 30만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직간접적으로 연간 약 13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되면 이런 불필요한 비용과 사무는 대폭 감소할 것이다. 전자증권제도하에서는 종이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전자적 등록만으로 증권의 법적 효력이 인정된다. 따라서 기업은 증권 발행 또는 상장을 위해 걸리는 기간이 대폭 줄어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주주관리 업무도 수월해질 것이다. 투자자는 증권 도난·분실이나 위·변조 등 사고위험에서 벗어나고, 권리행사 제약기간도 단축돼 증권 권리행사도 더 편리해진다.

시장 전체적으로는 모든 증권 거래행위가 전자적으로 기록·관리되므로 거래의 효율성이 제고됨과 동시에 음성적 거래도 원천적으로 차단돼 더욱 건전하고 투명한 금융거래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전자증권제도가 성공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 참가자 모두의 노력과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관련법령 제·개정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예탁결제원과 증권업계도 전자증권제도 도입을 위한 시스템 개발을 거의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테스트 단계에 돌입했다.

이에 발맞춰 전자증권 시대의 주인공이 될 이용자들도 준비할 사항이 있다. 전자증권제도를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 특히 비상장기업은 제도 시행 전에 정관변경을 통해 전자증권 도입근거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상장주식 등 전자증권 전환대상이 되는 증권을 직접 보유한 투자자는 전자증권으로 전환신청을 해야 한다.

자타가 인정하는 디지털 강국으로서 증권 거래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 이용이 보편화돼 있는 우리나라다. 하지만 증권 발행만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달리 지금까지 여전히 실물 발행을 이용해 왔다.


그러나 이제 전자증권제도 도입으로 증권 발행과 유통 모두가 디지털화됨에 따라 디지털 자본시장 시대로 본격 진입하게 된다. 전자증권 제도가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저비용·고효율 구조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삼성전자 주권도 박물관에 가서야 볼 수 있는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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