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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미세먼지 대책, 성역부터 없애야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7 17:27

수정 2019.03.07 17:27

[여의나루] 미세먼지 대책, 성역부터 없애야

똑같은 긴급 안전문자다. '수도권 내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환경부에서 보낸 것이다. 서울시에서도 '서울지역 초미세먼지 경보 발령' 경고를 보내준다. 하나같이 '마스크 착용' 등 건강에 유의하라고 한다. 매일 건강을 걱정해주는 환경부와 서울시에 감사해야 하나. 마치 새로운 사실인 양 마스크를 강조하는 문자를 받을 때마다 짜증이 난다. 다행히 바람 덕에 잠시 걱정을 덜지만 미세먼지의 공습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
공기청정기가 필수품이 되었지만 사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마스크 값이 부담된다는 국민도 적지 않다. 보도가 나오자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내놓는다. 공기청정기를 학교 등에 공급하고 취약계층에게 마스크 값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무대책보다야 물론 낫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 진단 없이 우선 대책만 내놓고 있다. 미세먼지 원인을 둘러싼 언론 보도나 전문가들의 분석도 백가쟁명이다. '중국 탓'은 대체로 공통적이지만 영향 정도는 의견이 갈린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국 원인이 80%라고 보고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중국 정부와 협의해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배경이다. 중국의 반응은 예상대로다.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왔다는 증거가 있나"라는 것이다. 중국 동해안에 수백개의 소각장을 운영 중인 사실을 짐짓 외면하는 발언이다. 문제는 우리가 반박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중국발 미세먼지' 의혹은 오래됐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그 사실을 입증할 과학 논문 하나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증명이 불가능한지, 우리 역량 부족인지 알 수가 없다. 지금부터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 일단 중국 측에 내밀 수 있는 과학적 증거부터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고 중국 잘못이 확인되기만 기다릴 수도 없다. 우리는 우리의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세먼지 오염원은 다양하다. (노후)경유차, 화력발전소, 농촌에서의 소각, 차량 타이어 분진 등등.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원전 이용률을 낮추고, 화력발전소 가동률을 높인 게 최근 미세먼지 악화의 주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화력발전소 가동률은 높아졌지만 미세먼지 배출량은 줄었다는 반론도 있다. 주된 오염원이 무엇인지 특정하기 어렵고, 그에 따른 대책 마련도 어렵다는 말이다. 그 같은 논쟁을 피해 실증적으로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해 보고 대책을 세우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문 대통령은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조기 폐쇄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검토 지시'니 언제 실행될지 기약이 없다. 바람 불고 비가 내려 미세먼지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언제 그랬느냐 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말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경우 화력발전소를 일시 멈춰 보도록 하자. 원전을 가동하면 전기 생산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실험이다. 추상적 논쟁이 필요 없다.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이 미세먼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증해 보자는 말이다. 일부 주장처럼 민간 차량 2부제도 실시해 보자. 국가재난사태 선포 등의 말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화력발전소 문제인지, (경유)차량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오염원 문제인지 실증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면 화력발전을 멈추고 원전을 재가동하겠다는 말도 할 수 있어야 한다. 탈원전 혹은 에너지 전환은 현 정부가 성역처럼 여기는 부분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국민의 성역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앞에 다른 어떤 것도 성역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제대로 된 미세먼지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정부와 대통령의 체면이든, 중국과의 관계이든 그 무엇도 예외일 수 없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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