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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미세먼지 마스크 구입기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7 17:31

수정 2019.03.07 17:31

[여의도에서] 미세먼지 마스크 구입기

아침에 일어나면 꼭 확인하게 되는 것이 한가지 생겼다. 오늘의 미세먼지는 어느 정도인지를 찾아보는 것이다. 며칠은 빨갛고 길쭉한 '매우 나쁨'만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주말쯤이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인데 이마저도 혹시나 바뀌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없지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차를 탈 때까지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웬만한 미세먼지는 가볍게 무시해 왔지만 요즘은 아침마다 마스크를 꼭 챙긴다.
처음에는 지난해 샀다가 남아있던 마스크를 썼지만 요즘은 왠지 좀 더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것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쇼핑몰을 뒤지고 있다.

관심을 갖고 찾아보니 마스크의 세계도 참 복잡 다양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미세먼지 차단으로 허가된 보건용 마스크는 95개사 543개 제품이나 된다.

먼저 KF80을 고를 것인지 KF94를 고를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고, KF94는 평균 0.4㎛ 크기의 미세입자를 94% 걸러낼 수 있다는 의미다. 참고로 KF는 Korea Filter의 약자다.

다음은 끈의 형태를 골라야 한다. 일반적인 양쪽 귀에 거는 모양을 쓸 것인지, 머리 뒤쪽에서 고리로 묶는 형태를 쓸지, 아니면 끈조절이 되는 제품을 사용할지 여부다. 알려진 바로는 머리 뒤쪽으로 고리형태로 묶는 마스크가 외부 먼지의 유입이 최대한 차단된다. 다만 꽉 조이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고, 왠지 모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

좀 더 미세먼지 차단에 신경을 쓰려다 보니 방진마스크에까지 눈을 돌리게 된다. 마스크 앞쪽에 방진필터가 달린 제품들인데 일반 미세먼지 마스크보다 단가가 꽤 올라간다. 숨을 내쉴 때만 열리고 들이쉴 때는 닫혀 안전하다는 식인데 미세먼지가 최악인 요즘 네티즌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제품 형태다. 안경에 습기가 차지 않는다니 솔깃하다.

이렇게 마스크의 세계를 들여다보니 또 한가지 걸리는 게 등장했다. 어린이용 마스크다. 얼굴이 작은 어린이들이 성인용 마스크를 쓰게 되면 면적 차이 때문에 미세먼지가 유입될 수 있다고 한다. 식약처도 현재 어린이용과 성인용을 구분해 허가받은 마스크는 따로 없으니 어린이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구입해 얼굴에 잘 밀착시켜 사용하라고 한다. 어린이용 미세먼지 마스크를 찾아봤다. 크기가 성인용보다 작아 마스크 재료는 분명 더 적게 쓸 텐데 가격은 오히려 더 비싸다.

온 가족이 마스크를 사용하다 보니 비용도 만만찮다. 얼마 사용하지 않았으면 다음 날 다시 써도 되고, 심지어 물에 씻어 말려 재사용해도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세먼지 때문에 출퇴근, 점심시간 정도에만 사용하는 마스크를 그냥 버리기가 아깝다는 이유다.

다만 모든 마스크 제품의 설명서에는 세탁을 하지 말라고 돼 있다. 모양이 변형돼 기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서 또 한가지 알아야 할 점은 면체를 찌그러뜨리거나 변형해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마스크를 주머니에 구겨 넣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출근 후에는 고이 모셔두라는 것 같다.

결국 적당히 타협을 해서 KF94, 끈 조절이 가능한 제품을 골랐다.
다만 요즘처럼 '매우 나쁨' 수준에서 KF80을 사용해도 되는지, 잠깐 사용한 마스크를 내일 다시 써도 되는지, 미세먼지 차단 기능은 얼마나 되는지 등 궁금증은 여전하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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