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열린 시대의 ‘가족경영’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7 17:31

수정 2019.03.07 17:31

[기자수첩] 열린 시대의 ‘가족경영’

국민이 재벌에 대해 가진 감정은 복잡하다. 대기업에 입사하기를 희망하면서도 일부 총수들에겐 비난의 화살을 겨눈다. 맨땅에서 기업을 일으킨 재벌 1세들에겐 존경심을 보내면서도 2세, 3세들의 평가에선 지나치게 냉정하다.

재벌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공과가 있다. 사회가 급격히 변하고, 국민의 인식도 바뀌는 과정에서 재벌기업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기업 총수를 당장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고, 작은 기업들로 쪼갠다고 해서 경제가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재벌과 우리 사회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함께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만 국민은 대기업 총수 일가의 무분별한 경영승계에 대해선 우려한다. 일부 기업의 증여나 상속 과정에서 드러난 불법과 편법 때문이다. 대기업 총수 일가는 '가족경영'을 내세워 경영권을 대물림한다. 어느 대기업집단엔 회장 직함을 가진 오너 일가 사촌 형제들만 7명이다.

총수 일가에선 능력이 탁월한 전문경영인이 배출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일까. 해외에선 창업주와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화하는 사례가 더욱 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동료인 스티브 발머에게 회장직을 물려줬다. 일본 도요타도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꿨다.

일본엔 '형제는 타인의 시작'이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 사회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이 익숙하다. 정 없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기업 경영에선 일본 속담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 일본은 세계에서 장수기업이 가장 많은 국가다. 지속 가능성은 현대 기업의 가장 큰 목표가 됐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은 저서 '초격차'에서 리더의 자질을 설명하며 "개방적인 자세를 지닌 경영자들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썼다.

열린 태도가 필수인 시대다.
기업 경영자를 재벌 가족의 일원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패착이다.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아 실력을 갖춘 총수 일가 경영자라면 환영받아 마땅하다.
대기업 재벌이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지배구조와 투명한 경영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gmin@fnnews.com 조지민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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