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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베이징현대, 예견된 구조조정… 협력사는 "연명 단계"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7 17:48

수정 2019.05.16 15:22

가동중단 예고한 베이징1공장 정치외풍에 실적부진까지 겹악재
재고소진 차원 이달까진 가동
이미 비상경영 돌입한 협력사들 "신차배정 없다면 부도 못 피할것"
중국 베이징시 순이구에 위치한 베이징현대 1공장 정문.가동중단 검토에 들어간 1공장에 드나드는 차량이 거의 없는 가운데 작업자들이 간간이 정문을 오가고 있다. 사진=조창원 특파원
중국 베이징시 순이구에 위치한 베이징현대 1공장 정문.가동중단 검토에 들어간 1공장에 드나드는 차량이 거의 없는 가운데 작업자들이 간간이 정문을 오가고 있다. 사진=조창원 특파원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현대차의 중국 내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의 베이징1공장은 전격 생산중단 소식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1992년 중국에 진출한 후 연간 판매량 100만대 돌파 신화의 일등공신이었던 베이징1공장 라인이 경영악화를 이겨내지 못한 채 멈춰서게 됐다. 7일 오전 베이징에서 승용차로 1시간 떨어진 순이구에 위치한 1공장 정문은 드나드는 차량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베이징현대 작업복을 입은 직원과 협력사 관계자들이 생산중단 소식과 관계없이 정문 안내실에서 출입증을 교환하면서 평소와 다름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현대차 1공장 셧다운 임박

가동률이 절반으로 떨어진 탓에 공장 전체에 활력이 떨어졌다. 중국 현지 차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중국1공장의 생산중단을 포함한 중국시장 내 구조조정 시나리오가 약 한 달 전부터 구체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1공장의 운명이다. 일각에선 1공장의 생산중단이 이달 말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현지 업계에서는 3월 말까지 기존 차량 생산을 위한 잔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차업계 관계자는 "1공장에 들어가는 부품들이 중국 현지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일부 조달하는 업무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재고소진 문제도 있어 당장 이달에 문을 닫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베이징현대차의 차량이 여전히 중국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어 판매량이 늘어날 경우 중단시점이 일부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가동이 중단되면 1공장에서 생산하던 기존 제품은 2공장으로 이전해 가동효율성을 높이는 식으로 효율성을 높인다는 게 베이징현대의 복안이다. 신차 생산은 충칭 5공장에서 맡는 식으로 윤곽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준비 중인 전략차종 출시일정도 연말에서 올 9∼10월께로 앞당기는 방안이 내부검토 중이다.

베이징현대 1공장 생산중단 배경으로 한·중 간 외교·정치적 외풍을 비롯해 각종 원인이 지적되지만 공장 노후화에 따른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말도 현지에서 흘러나왔다. 1992년 합작법인 설립 당시 1공장에는 중국 합작파트너사의 공장이 있었는데 당시 이 시설에 라인을 까는 식으로 리노베이션해서 만든 게 1공장이다. 2공장 등 새로 만든 공장에 비해 노후화가 심하고, 생산효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완성차-협력사 생태계 '흔들'

차 부품 협력사들은 그야말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일단 베이징현대의 경영위기가 이미 지난해보터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이번 1공장 생산중단 소식이 그리 새로울 것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100% 풀가동에서 절반으로 생산이 이미 줄어들어 납품물량도 이미 바닥에 이른 상황이다. 1공장이 멈춰 서도 이 물량을 어차피 2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납품물량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모 부품업체 관계자는 1공장 생산중단에 대해 "안타깝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협력사들이 비상관리 경영으로 악화일로에 빠져 있기 때문에 덤덤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미 현대차 물량 급감으로 부도가 난 협력사들이 늘어나면서 중국 현지의 완성차·협력사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살아남은 부품사가 망한 기업의 납품물량을 받아 완성차에 공급하는 공급망 구조변화도 엿보인다.
차 부품 A사 관계자는 "망한 기업의 물량을 받은 업체가 외형적으로 좋아 보이겠지만 인간적으로 기분이 좋지 않아 하는 분위기"라며 "이런 물량들도 어차피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다 신차 부품 공급 없이는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없어 그저 연명하는 단계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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