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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택시·카풀 합의안, 돌고돌아 제자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8 18:07

수정 2019.03.08 18:07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출퇴근 시간에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합의안에 서명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단체를 비롯해 카풀 사업자인 카카오모빌리티,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TF 전현희 위원장, 국토교통부 등이 머리를 맞댄 지 45일 만이다. '카풀 철폐'를 주장하며 강경투쟁을 이어가던 택시업계와 카풀업계가 갈등과 반목을 풀고 어떤 형태로든 합의를 도출해낸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이른바 한국형 승차공유 시장의 불씨를 되살리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합의의 핵심인 출퇴근 시간 카풀 허용이 오히려 승차공유 사업을 규제하는 족쇄가 될 수 있어서다. 사실 지난 2013년 개정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이번 합의의 주요 내용인 출퇴근 시간 카풀 허용이 이미 적시돼 있다.
운수사업법 제81조 1항은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자가용)를 유상으로 임대하거나 알선하는 것을 금지하면서도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이번 합의는 결국 그동안 명확하지 않았던 출퇴근 시간을 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6~8시 등 하루 두 번으로 확정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카카오모빌리티를 제외한 나머지 카풀 업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아침저녁 2시간씩 하루 4시간으로는 사실상 사업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는 글로벌 승차공유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어서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다양한 근무형태가 확산되는 마당에 획일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특정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승차공유 기업 쏘카를 운영하고 있는 이재웅 대표도 "이번 합의안은 현행법상 카풀 업체에 이미 허용된 영업권에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이라면서 "현재의 타협안대로라면 의미 있는 카풀 업체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합의안이 카풀 서비스 최종 소비자인 승객의 편익을 위한 것이었는지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실제 카풀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심야시간대가 허용시간에서 빠졌을 뿐 아니라 이동 중인 차량의 빈 좌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공유경제의 근본 취지를 살려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번 합의가 갈등 봉합을 위한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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