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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우조선 매각, 노조가 발목 잡아선 안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0 16:22

수정 2019.03.10 18:12

투쟁만으론 일자리 못지켜
국내 조선업 재도약의 기회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이 체결됐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계약서에 서명하고 본격적 인수합병(M&A) 절차에 돌입했다. 글로벌 1, 2위인 양사의 기업결합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조선사 탄생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 조선그룹 출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실제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려면 최소한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노조의 반발이다.
본계약이 체결된 당일에도 양사 노조는 산업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번 인수합병에 대한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노조는 세계 조선업 업황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인수합병으로 몸집이 커지면 사측이 추가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인수합병에 강력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일자리를 지켜낼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달 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 민영화와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그나마 시장 상황이 호전된 지금이 인수합병 적기라고 판단했다"면서 "강경투쟁과 파업만으로는 기업 경쟁력이 제고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일자리도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혹독한 시절을 겪었던 한국 조선업이 대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덩치를 키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내 업체끼리 생존을 위한 저가수주 경쟁을 벌이는 것보다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대형 조선사를 통해 고용을 안정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래야 그동안 국내 조선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중복·낭비 투자와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성 하락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이번 인수가 최종적으로 승인을 받기 위해선 경쟁국의 견제도 넘어서야 한다. 실제로 한국에 조선업 선두 자리를 내준 일본은 한국 정부가 자국 조선업 지원을 위해 보조금협정을 위반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상태다.
세계 1위 초대형 조선사의 탄생으로 즉각 불거질 수 있는 독과점 논란도 풀어야 할 숙제다. 단순 선박수주량으로는 양사의 세계 조선업 시장점유율이 21% 선이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50%를 넘어설 수 있어서다.
한국 조선업의 미래가 달린 이번 인수합병에 노사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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