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홍종학이 박영선에게 해줄 말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1 16:36

수정 2019.03.15 15:41

[기자수첩] 홍종학이 박영선에게 해줄 말

2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정해졌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경제부총리도 쩔쩔맬 4선 의원 출신이 중기부 장관으로 오게 된다. 드디어 신생 부처에 힘이 실리는 셈이다.

비단 선수(選數)에서 오는 힘은 아니다. 박 후보자는 의원 시절 '세기로' 유명했다. 19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공격하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박 의원은 경제가 회복세라는 기획재정부의 업무보고에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했고, 질문마다 "경제 실패"라는 단어로 최 전 부총리를 윽박질렀다. 말을 끊고, 고함 지르고, 감정이 복받치면 울기도 했다. 당시 기재위 피감기관들은 박 후보자에게 '학을 뗐다'고 기억한다.

박 후보자는 '대기업 나쁜 놈, 중소기업 좋은 놈' 식의 이분법을 잘 이용했다. 그래서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도 붙었다. 기업의 자사주 처분을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대기업집단의 공익법인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된 법안도 여러 건 발의했다.

지난 8일 박 후보자는 장관 내정 소식에 겸손한 자세를 보이면서도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대기업, 이제 끝났어'라는 것 같은 묘한 미소였다. 그간의 행보에서 비롯된 오해였을 것이다. 장관과 정치인은 다른 자리라는 것을 박 후보자는 누구보다 잘 알리라 생각한다.

그의 내정에 중기와 벤처, 소상공인업계는 모두 환영 논평을 냈지만 실은 온도차가 있다. 중기부 출범 때부터 박 후보자를 밀었던 중소기업계는 환영일색이지만 박 후보자를 부담스러워하는 시선도 있다. 특히 대기업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는 벤처기업계에서는 박 후보자의 '반(反)기업 정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를 수장으로 맞게 된 중기부에서는 '불통'을 우려하는 눈치도 엿보인다.

물론 대기업 갑질이나 불공정행위는 타파해야 한다.
하지만 이전처럼 대기업, 중소기업을 편가르기 했다간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재벌저격수 쌍톱을 이뤘던 홍종학 장관은 중기부 장관 1년 여만에 스스로를 '대기업 홍보대사'로 칭했다.
청와대는 박 후보자를 내정하면서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라고 주문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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